암살 _ 최동훈, 2015
본 글에는 영화 암살의 중요한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후에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한다. 그들은 아버지가 같고, 심지어 얼굴도 같다. 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은 빼앗긴 조국을 되찾으려는 투쟁에 몸을 던져 싸워왔다. 부여받은 암살 임무의 타깃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끝까지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녀의 쌍둥이 언니 미츠코는 친일파 아버지 덕에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결혼식을 위해 경성에 왔다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들었던 쌍둥이 동생을 만나게 된다. 미츠코는 태연자약한 얼굴로 옥윤에게 말한다. 자기 아버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아냐고. 경성에서 친일을 하며 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경성에선 다 '이렇게' 살아.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이 전혀 상반된 입장에서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한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선명한 시의성을 띠는 장면이다. 광복 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우리 주변의 두 가지 얼굴들. 이제 그야말로 생물학적 수명이 다 해가는 역사의 산증인들의 고단한 얼굴들과, 그들의 호소에 아랑곳 않고 과거사 사과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껄이는 그 뻔뻔스러운 얼굴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같은 '조선인'의 딸, 아들들이다. 1933년의 안옥윤과 미츠코, 피를 나눈 쌍둥이의 양면성은 2015년 현재까지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