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_ 에바 두버네이, 2014
행동을 취하지 않으시면 사람들은
"기다려 달라", "할 수 없다"는 말로
각하를 기억할 것입니다.
They will remember you saying,
"Wait," and "I can't," unless you act, sir.
대통령에게 흑인의 실질적인 투표권 보장 문제에 대한 시급한 처리를 촉구하던 킹 목사의 조용한 '협박'에서 문득, 2008년 미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의 슬로건이 생각났다. Yes we can,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행보로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자신의 슬로건에 부끄럽지 않은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며칠 전 크게 회자되었던 백악관의 'Clean Power Plan' 발표 소식은 개인적으로 꽤 충격이었다. 제아무리 오바마라 할지라도 탄소 배출 규제 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전 세계로부터 맹비난을 받으면서도 UN의 '교토의정서'에서 발을 뺐던 게 미국이다). 이로써 그는 건강보험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한 데다, 연방 동성혼을 합법화시키고,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 변화 대책을 내놓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기억되게 되었다.
다시 셀마로 돌아와서, 결국 1965년 8월 6일(정확히 50년 전 오늘이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흑인의 투표권 행사를 보호하는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에 서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그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미국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차별 금지법)과 투표권법을 모두 통과시킨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선택이 가져올 변화의 범위가 클수록 결단은 더 어렵기 마련이다. 마틴 루터 킹의 일생에서 가장 극적인 한때를 그린 이 영화는 킹 개인의 영웅성을 과장하지 않고 그가 어떻게 현실 정치권의 결단을 이끌어냈는지 그 과정을 차분하게 비춘다.
Yes we can. 단순하지만 함부로 내뱉기 참 어려운 말이다. '이제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아마 바뀌기 힘들 거야'와 같은, 무기력함만 자꾸 늘어가는 내게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