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Jun 04. 2024

시골의 빛의 언어는 단순하다


여전히 자연이 우세한 시골에서 빛의 언어는 간단명료하다. 건물에 가려지고 분절되어 복잡한 도시의 빛과는 다르게. 그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빛의 여러 면모를 눈치챌 수 있다. 빛의 색, 온도, 속도, 모양. 시간에 따라 빛의 캐릭터가 다르니 서로 다른 음악을 매칭해본다.


그리 감흥 없던 초저녁 서쪽 햇빛이 이곳에서 유달리 아름답다. 빛의 언어를 잘 담은 집 덕분일까. ’하루 끝’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다음 챕터로 나를 슬쩍 옮겨주는 듯하다. 우리 집은 곧 사무실이기도 하니 일이 많을 때 유용하기도 하겠다. “자, 아직 저녁 업무가 남았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합시다!” 라고 느린 서쪽 빛이 말해주는 셈이다. 여기에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부드러운 재즈풍의 음악을 틀어줘야지, 개그콘서트 엔딩곡 같은 걸 틀면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이곳의 새벽 빛이 궁금하다. 아침 잠이 많지만 지평에서도 새벽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떠지곤 했다. 새벽의 어스름한 숲의 물안개 속 어딘가에서 늘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곤 했는데.




6월 초, 6시 무렵의 서쪽 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