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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전체 다시 만들어줘’를 외친 날들

by 최종일

요즘 몇 개의 프리세일즈 도구를 AI로 만들고 있습니다. 구매 여정에 맞춘 전략 도구, 기술 관점의 딜 검증 도구 등등..

겉으로 보면 거창하지만, 사실은 제가 세미나에서 쓰려고 만든 작은 앱들입니다. AI로 코딩을 하면서 “아…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아서 그중 몇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 모듈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처음엔 “작은 앱인데 그냥 한 파일로 하지 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GitHub에는 index.html 하나만 있었습니다.

근데 기능이 늘어날수록 갑자기 난이도가 미친듯이 올라갑니다. 4천 줄짜리 파일이 되어버리니, UI 하나만 바꾸고 싶어도 파일 전체를 스크롤해야 했고, 결국 매번 “그냥 전체 다시 만들어줘..”를 외치게 되었습니다. (Claude 크레딧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죠?)

그래서 나중엔 아예 처음부터 Claude와 '기능별 모듈화 회의'를 했습니다. 모듈화는 정말 구조 이해, 수정 편의성, 크레딧 절약까지.. 효율 그 자체였습니다.

⭐ 아키텍처가 없으면 AI도 헤맵니다
처음엔 구조 없이 만들어도 되는 줄 알았는데, 기능이 추가될수록 앱이 갑자기 ‘누더기’가 됩니다. AI가 잘못한 건 아니고, 제가 구조를 안 잡아줬기 때문에 매번 다르게 만들어버린 거죠.

그래서 데이터 흐름을 '입력 → Validation → 계산 → 저장 → UI 반영' 이렇게 딱 정리하고, 모든 기능에 공통으로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Claude에게 “이 흐름 기반으로 다이어그램 그려줘”, “GitHub 폴더 구조도 이렇게 맞춰줘”라고 요청하니 바로 안정됐습니다.

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Claude 유료 결제를 눌렀습니다.

⭐ README.md는 ‘AI 전용 온보딩 문서’
Claude는 대화창마다 토큰 제한이 있어서 새 창을 열면 앱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해줘야 합니다. 너무 귀찮아서 README.md를 만들었습니다.

앱 목적, 데이터 구조, UI 규칙, 폴더 구조, 함수명 등이 포함된 README.md를 첨부하고 “이 문서 기반으로 학습해줘”라고 하면 AI가 1초 만에 프로젝트 맥락을 이해합니다.

효과는 정말 컸습니다. 개발 속도가 체감상 두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 UI는 Notion 스타일로 통일
페이지마다 따로 UI를 만들다 보니, 분위기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래서 CSS를 분리하고, 전체 스타일은 그냥 “Notion 느낌으로 해줘”라고 요청했더니 여백, 폰트, 구성까지 깔끔하게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뻐지고 일관성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 그래도 개발 툴은 필요하다
Claude 창에서 코딩하는 건 신기하고 편하지만 검색, 비교, 전체 구조 파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GitHub의 웹 편집기를 병행하면서 소스코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수정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개발 프로세스가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더군요. AI 개발도 결국 ‘코드를 직접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 AI 하나보다 두 개의 조합이 훨씬 편하다
Claude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면 토큰 제한이나 문맥 제한 때문에 금방 막힙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 Claude : 로직, 구조, 리팩토링
▫️ Gemini/DeepSeek : HTML, CSS, 문구 수정 등 가벼운 작업

여러 번 삽질 끝에 이 조합으로 정착했습니다.

⭐ AI에게 분석을 맡겼더니… 꽤 놀랐습니다
사용자가 입력한 고객 정보를 Gemini에 넘기고 “프리세일즈/CSM/영업 관점에서 어떤 액션이 적절할까?”라고 질문했더니 생각보다 훨씬 쓸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업에서도 적용 가능한 수준이라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 마무리
▫️ AI로 앱을 만들면서 결국 느낀 건, AI 개발의 핵심은 ‘코딩’보다 ‘기획’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흐름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사용자는 어떤 화면을 보게 될지. 이런 건 결국 사람이 설계해야 하더라고요.

▫️ 그래서 앞으로는 개발 실력보다 문제를 잘 정의하고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AI는 개발자를 대체한다기보다, 좋은 기획자를 ‘만들어주는’ 도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당분간은 AI 코딩 안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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