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할 퇴사라면 이렇게
< 초판에 포함되지 못했던 이야기, 둘 >
[퇴사하고 공방합니다]를 브런치북으로 묶으며,
30편으로 맞추기 위해 빠진 내용들이 있어요.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서운 할 이야기들
어쩌면 당신에게 꼭 필요할지 모를 내용들
하나씩 풀어 내 볼게요.
자, 이제 던졌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품 안에서 오래 기다리던 사직서!
회사가 주는 신 레몬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고, 회사의 숨은 단물을 쪽쪽 빨아들이고, 퇴사 전 꼭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도 모두 체크하셨겠죠? 그럼 이제 컴퓨터 바탕화면에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를 띄우고 (아 컴퓨터도 이미 반납했겠네요) 작은 상자에 짐을 챙겨서 후다닥 회사 밖으로 나오세요.
끝.
응? 이게 정말 끝이라고?
퇴사하던 날, 목구멍까지 찰랑찰랑 넘쳐 오르던 의외의 감정들을 기억합니다. 허무함과 막막함. 퇴사하면 무조건 홀가분할 줄만 알았는데, 무조건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사과상자 보다도 작은 짐을 양손에 들고, 사원증을 마지막으로 회사 출입구에 태그 했을 때. 아, 이 문을 나간 후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구나, 를 깨달았을 때.
수많은 물음표가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더랍니다. 내 앞에는 무슨 길이 펼쳐져 있을까. 꽃 길일까 천 길 낭떠러지 일까. 더 이상 나는 회사원도 학생도 아닌데... 내 남은 인생은 엄마와 와이프로 끝날 수도 있는 거겠지.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었다면 그동안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을까? 창업을 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왔는데 정말 그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 문득 바라본 퇴사 하던 날의 하늘은 얄밉도록 화창했어요.
퇴사를 실행에 옮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바로 사랑에 빠지는 것.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빠져들어야 해요. 그냥 뜨뜻미지근하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폭풍처럼 사랑에 확 빠져들어야 해요.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당장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그 정도로 빠져들고 사랑하는 일을 찾은 게 아니라면 퇴사가 당신에게 맞는 길인지 잠시 다시 생각해 보세요.
단순히 돈이 될 것 같아서, 전망이 좋을 거 같아서, 남들이 잘 버는 분야 같으니까, 하며 시작하는 일은 오래가지 못해요. 인스타의 수많은 광고들은 말합니다. 이걸 하면 성공하고 저걸 하면 돈을 번다고. 무조건이라고 실패할 수 없다고. 이대로 하기만 하면 백프로라고. 물론 몽땅 거짓말은 아닐 거예요. ‘그들은’ 그렇게 성공했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그들이 아니에요. 그들의 정답이 당신의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정답은 당신만이 알고 있어요. 이미 당신 안에 있으니까요. 치르치르 미치르가 온 세상을 돌고 돌아 집에서 찾아낸 파랑새처럼 말이죠.
프레인 여준영 대표는 매거진 [뮤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화두를 던집니다.
“내가 꿈꾸는 것이 정말 내가 꿈꾸는 것인가?”
그는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길 때 "이것은 내가 정말 소망하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사람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하고 싶다고 착각하는 것인가" 자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후자인 경우가 많았다”라고 해요.
남들의 돈과 성공을 따라가면 쉽게 지칩니다. 당신의 '열정'을 따라가세요. 당신의 '재미'를 따라가세요. 최소한 당신의 '흥미'를 따라가세요. 물론 당장 꽃이 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열정과 재미와 흥미는 당신의 발전기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펌핑하는 역할을 해 준답니다.
그러니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부디, 미칠 듯 사랑에 빠지고 반할 수 있는 일을 찾으세요. 잘 될 거라는 전망만 보고, 남의 말만 듣고, 드라마의 주인공을 보고, 유튜브에서 하는 말을 듣고, 제 이야기만 듣고 직업을 정하지 마세요.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말하듯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초조한 마음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다른 사람의 'Will'을 가져다 쓰지는” 말아야 해요.
막막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걷던 마지막 퇴근길. 저에게 힘을 주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답니다. 화과자를 빚고, 양갱을 끓이는 일 말이죠. 매일 만들면서도, 매일 예뻐서 반하고, 매일 사랑에 빠졌던 저만의 일이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적성에 맞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낸 스스로를 묵묵히 응원해 주었을 뿐이죠. “와 너무 예뻐! 미쳤어! 대박이야! 나 천재인가 봐, 나 재능 있나 봐, 이게 내 천직인가 봐! 나 감각이 좀 있는 것 같아. 정말 대단해 난 잘하고 있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공방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공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과 사랑에 빠져들다 보니 돈은 어느새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더랍니다.
열정은 전염된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당신이 폭 빠져서 좋아서 열중해서 일하는 것을 보면 “응? 저건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하며 당신의 열정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 날 거랍니다.
지금은 데굴데굴 발에 차이는 돌덩이 같아 보여도, 당신이 정성을 다 해서 매일 아끼고 다듬다 보면 온 세상이 당신이 알아본 보석의 진가를 알아줄 거예요. 그 보석의 반짝임에 몰린 사람들이 당신의 팔로워가 되고, 친구가 되고, 동반자가 되겠죠.
아직 당신만의 꽃씨를 찾지 못했나요? 괜찮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꽃씨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몰라요. 매일 걸어가는 길가에서, 스쳐가던 광고 음악에서, 길거리 네온사인에서, 어릴 적 끄적이던 책 속에 숨어 수도 있고요. 당신이 무엇에 시선을 두는지, 무엇에 돈을 쓰는지,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잘못된 꽃씨를 심는 것보다는 당신이 가장 잘 키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는 꽃씨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괜찮아요.
물론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좋아하는 일이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하게 되기도 하지만, 잘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견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왜 나는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지?'라고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 봤느냐고"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세심히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게 있어요.”
[JOBS -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공방을 시작하고 어느덧 7년이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하루도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쉰 적이 없어요. 그냥 매일 꾸준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가 있어?”라고요. 사실 저는 별생각 없이 매일매일 포스팅을 올렸어요. 재미있어서요. 일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지치는 줄도 몰랐어요.
어린 시절, “이거 너무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재미있는 일만 하고 어떻게 사니?”라고 하셨었죠. 아이였던 제가 어른이 되는 동안 세상은 숨 가쁘게 변했어요. 이제는 재미있는 일만 하기에도 할 일이 정말 많은 세상이 와 버린 거예요!
재미있는 곳으로 걸어가세요. 심장이 뛰는 곳으로 걸어가세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향이 아닌 당신만의 나침반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찾으면 당신은 무조건 1등이 될 수 있어요. 그 분야의 세계 1위도 달성할 수 있죠. 다른 사람이 이미 걸어갔던 발자국을 따라가지 말고 당신 마음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언젠가 먼 훗날 어디엔가 서서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 Robert Frost "The Road Not Taken"
안녕하세요! 블루밍봉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사하고 공방합니다] 초판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작가로서 한 발을 내디뎌 보았습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https://brunch.co.kr/brunchbook/bloomingbonb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