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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시 Aug 06. 2022

왜 화내면서 죄책감을 느낄까


 ‘화’는 여러 감정들 중에서도 특히나 은연중에 가장 금기시되는 감정인 것 같아.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보다 집단의 조화를 우선시하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화를 내면 성격이 못됐거나, 불같거나,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 쉬워. 


 하지만 그거 아니? 가정폭력 가해자 중에 집 밖에서는 ‘아 주 착하고 순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 말이야. 왜 이들은 밖에서는 순한 양같이 행동하면서 가정에서는 난폭한 맹수처럼 변하는 걸까?


  그 이유는 ‘화’란 무작정 억누르고 덮는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야. 오히려 그럴수록 속으로 곪아 있다가 가장 가깝고 만만한 사람에게 부적절한 방식으로 터트리게  되지. 밖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학생이 유독 집에서는 부모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또 다른 경우엔, 화를 참고 참다가 자기 자신에게로 터트리기도 해. 자기혐오와 같은 식으로 스스로를 파괴하지. 우울증을 경험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관련 있다고 보고 있어.


 사실, 화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감정이야.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화를 억압하다 폭발해 홧김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지. 


 화는 불이나 칼 같은 도구와 비슷해. 잘 다루면 매우 유용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지. 화는 나와 타인을 지키기 위해서도, 또 (의아할 수 있겠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해. 만약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함부로 대해지거나 불이익에 처했는데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보호받을 수가 없을 거야.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불합리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하게 화내거나 반응해야 상대방도 내 마음을 알고 멈출 테니 말이야. 나아가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도,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화(분노)는 필요해. 


 그렇다면 화를 안에 쌓아 두었다가 나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에게 파괴적으로 터트리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맞아, 화를 ‘적절히 조절’해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 평상시에 의식적으로 자기 감정을 짧게라도 표현하는 연습을 해 봐. 


“좋아”, “싫어”, “기분 나빠”, “짜증 나”, “불쾌해”, “화나”, “하지 마.” 


 이것이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조금 더 긴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 봐. 


“네가 나한테 ~하게 말(행동)했을 때 화가 났고, ~한 이유로 화가 났어.”


 어떠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거야.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가족에게 먼저 시작해 보고, 점점 더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의 영역을 넓혀 봐.


 말로 하는 것으론 분노가 해결되지 않고, 더는 참아지지 않아서 다 때려 부수고 싶을 정도로 폭발할 것 같을 땐 일단 멈춰. 어떤 말이나 행동이 충동적으로 터져 나오려 하면 잠깐 참고, 앞에서 설명했던 대로 심호흡을 3분 정도 해 봐. 1에서 5까지 천천히 세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5초간 숨을 내뱉는 거야. 


 그리고 ‘감사’를 느낄 만한 대상이나 일을  억지로라도 떠올려 보면 더욱 좋아. 정신생리학자인 롤린 맥  크레이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천천히 고르게 심호흡하고  고마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불규칙하게 뛰었던 심 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해.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타인과의 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갈등’은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야. 그러니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도 마치 영화회화 연습하듯이 열심히  입 밖으로 표현해 봐야 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 공 부보다도 어쩌면 더 필요한 공부니까.



※위 글은  심리에세이 도서 <내 마음은 존-버 중입니다>(풀빛출판사, 웰시, 2022)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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