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마지막에는 늘 악다구니를 쓰며 못된 말을 뱉어내곤 했다. 당장에 느끼는 헤어짐의 슬픔을 미움으로 덮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나는 최대한 쉬운 이별을 원했다. 그땐 당장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사랑을 했다면 그만큼의 아픔은 감당할 준비를 했어야 했지만 이별을 똑바로 마주하기엔 난 너무 비겁했다.
시간이 지나고 흙탕물을 휘휘 저어버린 듯 요동치던 감정의 잔여물들이 가라앉을 때. 그 때 즈음에는 여지없이 후회를 하곤 한다. 마지막 장면들을, 내뱉었던 말들을 떠올리면 온 몸에 피가 빠르게 돌고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가시 돋힌 말들로 할퀴어대지는 말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연애의 끝이 늘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어 또 한 번 두려워진다. 하지만 좋았던 일들도 나빴던 일들도 이제는 가끔 열어보며 '그랬지' 하는 힘 없는 추억이 되는 걸 보면 인간이 임의대로 분류하고 이름지어 놓은 사랑이라는 감정, 생각보다 별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미움도 금세 그리움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 다시 용기 내어 사랑을 하자. 천천히 와서 오래 머무를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