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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m Nov 03. 2020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줄 알았어


 며칠 전 우연히 먹게 된 커피가 꽤 맛있었다. 단골이 될 것 같은 예감에 '오늘은 꼭 스탬프도 받아야지.'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다. 하고 싶은 말은 잘 못 참는 편이라 (특히 칭찬이나 좋은 표현은 뇌를 거치기도 전에 튀어나온다.)  커피를 주문하며 "여기 커피 맛있어요!" 하고는 야무지게 스탬프를 챙겨 기다렸다. 그러다 눈에 띈 입간판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섰다.

지난 cover. <서울역 매머드 커피>

 마침 브런치에 저장해둔 예쁘고, 착한 우리 선생님에 대한 글이 생각나 커버 사진으로 정하고 업로드를 하며 '예쁜 하루가 되길' 내심 랬던 것 같다. 점심 즈음이 돼서 알림이 두세 차례 연달아 울릴 때만 해도 안전문자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유일한 구독자는 남편과 동생뿐이었는데 누가 내 글을 구독하고 있다고? 이어 30분 단위로 조회수 1000 돌파를 축하하는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잡았다 요 놈! '브런치 by 호란'

 운이 좋았던 건지, 타이틀이 매력적이었던 건지 바람대로 '예쁜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유치원 교사로서의 이야기가 직장인의 삶으로 분류된다는 것 묘한 쾌감을 주었다. 좋아서 선택한 삶이니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줄 알았다. 아동학대와 같은 시커먼 사건들이 줄기차게 등장하던 메인을 소소한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로 탈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뻤다. 비록 결혼과 임신으로 관두며 숱하게 눈물 흘리게 했던 직장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서 버티려 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 보여준 관심과 애정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나의 유치원 생활에 함께 영혼을 갈았던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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