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란속에서
벌써 이 또한 작년이라 부르게 되는 지난 가을즈음, 오른쪽 어깨부터 팔까지 내려오는 저릿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도저히 자동차 핸들을 돌릴 엄두가 나지 않는 날도 있었고, 어느 하루는 판서를 하다 오른팔이 맥없이 툭 떨어지기도 했다. 원체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 그저 자주 쓰는 몸뚱이라 그러나 보다 며칠을 넘겼으나, 채란이의 장례를 치르고나자 통증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어지간한 주사도 소용이 없기를 반복하였을 때 담당의는 정밀검사를 권했다.
내 어깨에 뼈가 자라고 있었다. 쓸데없이 자라난 뼈가 힘줄과 맞닿아 염증과 통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뼈를 갈아내는 수술을 하는 것이었다. 수술 상담을 기다리며 불현듯 한강 작가의 자작시 일부가 떠올랐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
- 한강 <어깨뼈> 中
내 삶의 온갖 고됨과 슬픔이 어깨에 침전되어 그야말로 잘라내면 그만일 굳은살처럼 자라난 것일까. 한 집안의 장녀, 어린 동생의 언니,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며 나는 나를 제때 돌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비로소 어깨가 말을 건 것이다. 어쩌면 그 또한 채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애처로운 생각에 잠기며, 어깨뼈 위에 내려앉아 가만히 토닥여내는 채란이를 느낀다. ‘언니, 이제 그만 슬퍼해. 그래도 괜찮아.’
| 작품의 삽화는 AI 서비스를 이용하여 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