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현장에서 빈번한 갈등 중 하나는 네 편과 내 편에 대한 것이다. 그럴 때 교사라는 중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대답은 하나다. "네 편, 내 편이 어딨니? 우린 다 같은 반 친구야. 모두 한 편이지." 나 역시 초임교사 때는 갈등 상황을 얼버무리기 위해 이 말을 줄기차게 사용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누구 편이에요? 선생님은 친구 아니잖아요. 누구 편 하실 거예요?" 당황한 나머지 "나도 너희 편이지!"라고 대답한 뒤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리라 짐작하였다. 그 아이는 야무지게 반문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게임할 때 편 정해서 하자고 해요? 또 우리 반은 편 없다고 그러면서 언제는 또 한 편이라 그러고..." 그 날은 하루 종일 아이들과 네 편, 내 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과 내린 결론은 3가지로 정리되었다.
1. 게임할 때는 편이 필요함. 그래야 이기고 지니까. 2. 친구랑 놀 때는 편이 안 필요함. 그러면 싸우게 됨. 3. 선생님이랑 같이 놀 때는 모두 한 편임. 우린 같은 반이니까.
며칠 동안은 이 내용을 칠판에 적어두고 모든 반 아이들이 상기하려 애를 썼다. 누군가 "내 편 할 사람!"이라고 외치면 똑 부러지는 한 명이 나서서 "지금은 놀이시간이라 편 없어."라고 알려주면서 말이다.
잊고 있던 아이들과 정한 네 편과 내 편의 기준을 내 삶에도 적용해보려고 한다. 밥벌이를 위해 계약직에 발을 내딘 나는 매일 다른 편이 되어가며 이기고, 지고를 반복한다. 어느 편에 섰든 최선을 다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꿀맛 같은 주말에는 굳이 편을 두지 않는다. 욕실 청소는 남편이 하기로 나섰지만 한 주쯤 건너뛰었다고 그를 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함께하는 맥주타임에 서로를 다독이다 보면 남의 편이라던 남편은 사실 오로지 내 편이었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