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살 아이를 위해 당근마켓에서 월동 준비하기

by 흔적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졌다. 아이의 겨울옷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하루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 옷의 대부분은 물려 입히거나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아이는 금방 크는데 몇 번 입지도 못할 옷을 새 걸로 구매하는 것은 환경에도 좋지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을 소비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헌 옷 수출량 5위의 나라다. 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은 일부만 다시 쓰임을 갖게 되고 나머지는 가난한 나라에 버려진다. 버려진 옷들은 쌓여서 산이 되거나, 태워지거나, 소가 먹이로 착각하여 먹게 되기도 한다.


당근 마켓에는 몇 번 입히지 못한 상태 좋은 옷들을 많다. 헌 옷이라고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고 깨끗하고 예쁜 옷들이 넘쳐난다. 환불 시기를 놓쳤거나 선물 받아놓고 입히지 못한 새 옷도 많다. 환경 실천을 위해 패션을 버린 것도 아니다. 열심히 찾다 보면 취향에 맞는 옷도 찾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브랜드 키워드를 알림으로 설정해 나름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아이가 한 계절에 입는 옷의 개수가 적지 않다. 하나씩 사다 보면 너무 많은 거래를 해야 해 번거로울 때가 있다. 그래서 괜찮은 옷을 찾아 그 거래자가 내놓은 물건들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 구매하는 편이다.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찾는 것처럼 내 취향에 맞는 거래자가 있는 법이다.

최근에 두 번의 거래로 아이 겨울용 맨투맨 세트와 패딩 점퍼, 조끼까지 한 번에 구매했다. 상태도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는데, 거래자와의 소통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근 거래가 늘 좋은 기억만 주는 건 아니지만, 따뜻한 다정함을 마주할 때도 꽤 있다.




첫 번째 거래

IMG_9764.jpg



한 번에 이만큼 거래했다.

아이 사이즈에 맞는 반집업 맨투맨과 팬츠 세트를 여러 벌 구매했다.


IMG_9768.jpg
IMG_9769.jpg



크롭 기장이라 예쁘고, 넉넉한 사이즈라 아이가 유치원에서 활동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기본 스타일이라 내 취향에도 만족.


IMG_9765.jpg



새 상품인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보관 중이었다는 바지도 한 벌 샀다. 바깥쪽에 레드 색상의 라인이 포인트인 바지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리미떼두두 브랜드다.


sa.JPG



내가 구매한 건 네 벌이었는데, 서비스로 네 벌을 더 받았다. 안에 기모 있는 맨투맨 세트. 당근에 올리지 못한 상품인데 원하면 주겠다는 거래자. 냉큼 감사히 받았다.



IMG_9742.jpg



너무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 나도 보답을 하고 싶었다. 천연 통수세미를 그 집 앞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왔다. 혹시나 천연 수세미가 낯설까 봐 사용법을 메시지로 보냈더니, 거래자는 천연 수세미 좋아한다면서 고마워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비대면 거래였으나 서로 예의를 지키며 기분 좋은 거래를 했다.




다음 거래

IMG_9954.jpg



이번 거래는 겨울 패딩이 필요해 아우터 중심의 구매였다.

역시나 비대면 거래


IMG_9955.jpg



일단 귀여운 패딩을 샀다. 뒤집으면 카키색으로도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 스타일. 내 취향은 대체로 중성적인 스타일이라, 딸 엄마들이 내놓은 걸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사용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좋은 옷이었다.

완전 득템



IMG_9957.jpg



그 외에 패딩조끼, 맨투맨 티셔츠, 니트 재질의 캐주얼 트레이닝 세트, 실내화도 함께 구매했다.

지난번 찢어진 실내화를 실로 꿰매어줬는데, 결국 그것도 찢어질 위기라 새로 사야 할 것 같아서 함께 구매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았다. 언제 또 이렇게 큰 거니.. 결국 다시 당근에 내놨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겨울 등원복을 대충은 갖춘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패딩 바지나 다른 옷들은 친구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물려준 것들이 있어서 크게 더 사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의 월동 준비 완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의 기억 속에 영화관 팝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