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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Nov 16. 2018

익숙함의 배반

3.

한 번도 헤어져 보지 않은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헤어진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
울리지 않는 핸드폰이 어색하다는 것을.

그저 엄청나게 크게 한번 싸우고 기 싸움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바빠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애써 핸드폰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게 무섭듯
무의식중에 화면을 켜본다.

그리곤
그때 다시 내가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제와 다른 게 무엇인지,
이럴 거라면 헤어지지 않았던 게 나았던 것인지 생각한다.

물론 바뀌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익숙하게 그 기억이 꺼내어본다.

슬퍼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때,
친구에게 연락하거나 연락을 하고 오지 않는 잠깐의 시간 동안
상대방의 흔적들을 찾기도 한다.

나의 일상에 이렇게 허무함이 가득 찼으니
너의 일상에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며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골라서 한다.

반응이 있으면 그러니까 얼른 나에게 연락을 하라며 희망을 품기도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내 가슴팍에 상처를 내리꽂는다.

기가 막히게 그 허전함을 채워줄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아직 그런 연애방식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잠시 잠깐의 허전함을 맞이한다.

그 허전함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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