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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Nov 15. 2018

버스 맨 뒷자리에서 접한 희극과 비극

2.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집은 버스 종점과 가까워, 근처를 도착할 때쯤 항상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차창 밖을 보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됐다.
창문으로 비치는 여자의 모습엔 반짝이는 눈물자국이 있었다.

대성통곡을 한다거나 흐느끼며 울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도 않았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것과 대비되는 연인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이 닳도록 부비적 거렸고
맨 뒷자리에 앉아서
세상 가장 슬픈 사람과 세상 가장 즐거운 사람을 보았다.

그래서 울고 있는 여자에게 자연스레 몰입했다.
어떤 이유로 울고 있는지는 몰라도 만약 진짜로 헤어진 이유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남겨진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매번 같은 길을 지나쳤지만 나와 정 반대의 사람을 보면 어떨까.

울고 싶지 않지만 눈물이 나고
무시하고 싶지만 알짱거리는 저 커플이 얼마나 눈에 거슬릴까.


이 모든게 꿈이길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을까,
그렇게 사랑한다 말하던 날들이 허무하게 변해버린 지금이 얼마나 괴로울까.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아는 사람 그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 잠깐의 순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단지 잠깐의 상상이었다.
5분도 안되는 시간동안의 상상이었다.
그 상상 속에는 슬픔에 절어 살던 나의 모습도, 얼떨떨한 친구의 모습도,
5년간 페이스북에서 함께 했던 그때 그 분들의 모습도 담겨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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