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래전, 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시절이 있었죠.
의욕도 없고 의미도 없고 왜 오늘을 보내야 하는지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죠.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어떤 누구도,
지금은 그러지 않으시겠지만 그랬던 적이 있을 겁니다.
이별은 우리에게 그때 당시에만 영감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그때의 슬픔을
지금은 지금의 아련함을 주지는 않을까요.
지금 내가 연애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시절 내가 했던 최선의 연애가 있으므로
이때의 내가 생각하는 그때의 내가 있습니다.
부족했고 어설펐으며 호기로웠습니다.
지금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말, 꼭 전했을 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으므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근데 또 과거의 내가 미련하게만 보이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저돌적이지 못하거든요.
그만큼 어떤 누구에게 몰입하기도 힘듭니다.
어느 정도 해야 내 삶을 지키면서 연애할 수 있는지를 알았고,
이 정도가 내 최선이기에 더는 무리하지 않습니다.
무리하게 나를 잃어가며 연애했지만
나는 원래 그랬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상대방의 눈에는 나는 처음보다 못한 사람이 되곤 합니다.
그때는 모든 이야기를 숨김없이 모두 전해야 그 사람과 내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말과 굳이 필요 없는 말을 구별하기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꼭 아낍니다.
변한 건 관계를 조금 더 지속할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다만 잃은 건 그 사람밖에 없다는 열정입니다.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습니다.
아련하지만 그립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생각나는 건 이미 잃어버려서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처음을 기억한다는 건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교보문고 : http://bit.ly/2P1OrK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