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진열된 수박, "트레이너"

업계를 떠나는 트레이너들의 사유

by 코치사슴

15년간 트레이너 생활을 해오고

5년 차 PT샵 운영을 해온 초보사장의 경험으로 보자면,

'헬스트레이너'는 대형마트에 나열된 수박 중에 가장 실한 수박이 선택되는 것과 같다.

(누구도 묻지 않았으나 이 글을 작성하는 이의 최애 과일이 수박인 점,, 굳이 애써 알려보며,,)


대형마트에 도착하여 과일코너로 다가가 수십 개의 수박이 나열된 것을 보면

다 비슷비슷한 줄무늬에 막상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괜히 한번 두들겨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결국 가슴이 시키는 것을 선택한다. (제가요..)


운동을 처음 접하는 회원님, 혹은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배움의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회원님들이

헬스장 혹은 PT샵에 처음 방문하여 담당 트레이너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모든 트레이너들은 위에 언급된 수박과도 같다.


겉보기에는 모두 방긋 웃으며 따스함을 전달하고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관리된 몸매로 기대감을 전달하며

본인은 꼭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다며 현란한 포부를 전달한다.


사실 10년 전 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운동을 배워보신 이 업계 모든 회원님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당시에는 헬스장에 진열되어 있는 수박들의 당도와 실함을 판단할 수 있는 회원님들은 흔치 않았다.


문제는 최근 3~4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매스컴, SNS 등 다양한 채널에서 건강과 피트니스에 대한 주제가 부각되면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심지어 예쁘게 늙어가는 것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헬스장에 진열된 수박들을 가슴이 시키는 대로 찍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식의 바보 같은 선택은 하지 않는다.


설령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하더라도

헬스장 수박들을 하나하나 직접 두드려보고

트레이너의 이력, SNS 등 수박의 원산지들을 온라인으로 더블체크하며

그 수박을 이미 맛본 선 구매자들의 후기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또한 온라인으로 운동에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이 즐비하기에

이젠 트레이너가 수년간 축적한 정보들은

몇 번의 클릭으로 습득가능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정보'라는 무기가 없어진 헬스업계 수박들은

더 이상 이 치열한 업계에서는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떨이 수박이 되어버렸고

'오래 할 일이 못된다'는 합리화와 함께 쿨하게 떠나가버렸다.


그렇다면 헬스장에 진열된 수박들의 상품가치를 성장시키는,

아니, 유지라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더 쉽게 말해 살아남은 헬스장 수박들,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박들은 과연 어떤 돌파구를 찾았을까.


새롭게 접어든 업계에 적응하고 살아남았고

떠나간 수박들의 빈자리까지 흡수해 버린 당도 높고 꽉 찬 수박들을 즐겨보곤 한다.

(잘되는 사람의 SNS를 병적으로 관찰하고 흡수하려 하는 나.. 어때...)


1급 영업비밀들은 절대 알 수 없지만(알고 싶어요.. 알려주세요..)

생각보다 간단한 공통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운동정보'는 더 이상 당도 높은 수박들의 무기가 아니다.

그 정보를 말해도 회원들이 다 아는 당연한 기본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 사연이 있는 수박이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확실한 수박이거나,

특별한 회원들이 가득한 수박이거나,

떠나간 수박들이 담지 못한 것들을 담은 수박이라는 것이다.


셋째, 첫째와 둘째의 이유들이 다 콘텐츠로 담겨있는 수박이란 점이다.

예전에야 운동을 배우려면 집 앞에 체육관에 가서 근육이 가득한 관장님을 만나 뵙고

"한계가 왔을 때 한 개 더!"를 외치며 운동하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운동이었다.

이젠 너무나도 똑똑한 회원님들에겐 '나'라는 당도 높은 헬스장 수박이

청사진을 미리 보여주고 설득과 신뢰를 쌓는 충분한 과정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당도 높은 수박을 어필하는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다.


당도 높은 수박은 늘 높은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수박들이 업계를 떠나는 일이 줄기를 바란다.


이 글을 작성 중인 본인 역시 15년 차 헬스장 수박이다.

또한 여러 당도 높은 수박들과 함께 묵묵히 일을 한다.

그 안에 있는 수박에피소드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담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