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맑은 사람은 어디를 가도 빛이 난다.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선생님 돈 못 버시죠? 자기PR못하시죠? 선생님 프로필 경력 명함에 다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
최근 수업 상담한 학모님의 말씀이다.
영업에는 크게 관심 없는 내가 안타까워 하신 말씀이다. 삶의 때는 묻었는데 나아지진 않는 인생, 타고난 천성이 어딜 갈까.
적당히 타협하며 불혹에는 아니 지천명에는 현상유지의 삶이나마 살 줄 알았다. 잘난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나를 스스로 너무 잘 알기에 그저 현상유지의 삶만이라도 바랬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허락되지않는 삶을 어기적어기적 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빌어먹을 성질머리는 적당한 타협조차 힘든 것 같다. 한때는 그리 해보려 한 적도 있었지만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해서 바로 벗어버렸지.
지금도 1년사이 배로 높아진 대출이자 갚느라 허덕이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생각은 못하겠다. 누구에게든 한정된 삶의 시간들을 알기에 인생의 허무함이 더 가슴에 머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내 생의 지극히 현실적인 경험들이 수없이 축적돼서일까? 자꾸 보여지는 게 있다. 그냥 안봐도 될 것을, 안보면 스스로 맘 편하고 좋을 것을, 당장 먹고살기도 급급한 생활이면서 왜 자꾸 안봐도 될 것이 보여 스스로 피곤한지 나로서도 원하지않지만
그래도 보이고 느껴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다.
순수하고 건설적인 모임에서도 보이지않는 서열과 줄서기가 내 눈에 들어오고, 평소 좋게 봤던 정치인을 직접 대면했을 때 보여지는, 대중을 향하는 정치적 모습, 많은 이들이 그의 발언을 칭찬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와 사진찍으려고 나서기도 하는데,
나는 그 모습이 아프게 내 가슴을 후볐다. 자신의 발언 후, 다음 발언자가 발언하고 있을 때, 그냥 조용히 무대 뒤로 나갈 수 없었을까? 꼭 정치인, 그들은 사람들 틈으로 와서 인사하고 악수하며 사진을 찍고 해야 하나? 그것도 박정희 긴급조치 때부터 투쟁하신 원로분이 무대에서 '껍데기는 가라'를 읇으며 호소하는 그 시간에.
그 정치인이 그래도 시원한 소리하는 정치인인 건 맞기에 나 또한 응원의 박수 보냈었다. 그러나 진실로 진솔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정치질보다는 참 걸음걸음에 최소한의 예의를 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역지사지해서 내가 발언할 때 타인이 무대 아래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하며.
물론 정치인사들과 사진찍으려고 일어서 나가는 이들이 있기에 한 사람 탓만을 할 수는 없지만 왜 정치인 대부분은 자기발언 후 조용히 무대 뒤로 나가지 못하는가 하는 아쉬운 한계는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아!! 시시콜콜 오만게 눈에 들어오는 이런 내 눈도, 생각하게 되는 내 머리도, 느껴지는 가슴도 살짝 많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겪어온 삶만큼 보이고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지않나.
스스로 맑은 사람은 어디를 가도 빛이 난다.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