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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pr 17. 2021

파이어족에 대한 생각

  

이 글은 밀레니얼 재테크 블로그에서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일하는 것, 이것이 경제적 자유입니다. 
- 토니 로빈스,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변화심리학자


세 줄 요약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라는 두 가지 다른 개념을 포함한 말입니다. 그리고 파이어족은 현재 국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죠.

조기은퇴는 몇 가지 잠재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적인 조기은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이어 준비를 위해선 현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 생활비와 자금을 계산하고 목표 시기를 설정해야 합니다. 


글 소개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한 지 2년 차 되는 해 한 영국계 은행의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이 있습니다. 매일 바쁘게 일하고 (보통 미팅이 하루에 6~7개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도 별로 재미없고, 당시 고객사의 담당자분도 소위 말하는 빡센 분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가려고 준비할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한 1년 정도 했는데, 주중에는 항상 주말이 오기만을 바라면서 지내고, 주말에는 일요일 저녁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보냈죠. 그러다 보니 과연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심지어 이직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것에 대해 읽었습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고, 인터넷을 통해 일하면서, 자유롭게 돈을 벌며 산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처럼 들렸죠. 그래서 열심히 준비해 회사를 탈출하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길었던 프로젝트도 끝이 나고, 그 뒤에 했던 프로젝트는 꽤 재밌었고 아주 바쁘지도 않아서 이직 생각은 사라지고 고민도 별로 없어졌습니다. 자연스레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졌죠. 


파이어족이란? 

요즘엔 코로나로 인한 여행의 제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디지털 노마드보단 파이어족이 직장인의 관심을 많이 끄는 것 같습니다. 파이어족이란 파이어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즉 경제적 자유와 조기은퇴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해외에선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상상했던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

경제적 자유 vs 조기은퇴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와 조기은퇴, 두 가지 다른 뜻을 포함하는 단어라는 것입니다. 보통 신문에서 파이어족을 얘기할 땐 조기은퇴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도 더 이해하고, 나아가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경제적 자유란, 본인에게 필요한 생활비 이상으로 패시브 인컴을 창출하여 일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원한다면 은퇴하지 않고 일을 계속해도 경제적 자유를 성취한 것으로 볼 수 있죠. 


반대로 조기은퇴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은퇴 나이보다 일찍 은퇴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빠르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늦으면 50살 전후로 은퇴하는 것을 말하죠. 


제 생각엔 굳이 조기은퇴를 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파이어를 성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초기 파이어족은 조기은퇴에 초점을 맞추고 빨리 자금을 모아 일을 그만두는 것을 목표로 했었지만, 요즘엔 경제적 자유를 성취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일을 계속하는 게 더 주류가 되고 있죠. 


한국의 파이어족

국내에서 파이어족은 몇 년 전부터 언급이 시작되고, 2019년 스콧 리긴스의 책 '파이어족이 온다'의 변역본 발간으로 더 관심을 받은 뒤,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주식 투자와 함께 인기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한 조선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밀레니얼과 Z세대 3명 중 2명이 파이어족을 꿈꾼다고 하죠. 


그리고 한국의 파이어족은 해외의 파이어족, 특히 미국의 파이어족과는 사뭇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자료에서 한국의 파이어족의 평균 희망 은퇴 나이는 51세로 조사됐지만, 미국에선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죠.   


이는 파이어족의 평균 저축과 투자 비율에서도 나타나는데, 미국에선 소득의 70%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국내에선 50% 정도로 조사되고 있죠. 따라서 현재 한국의 파이어족은 저축과 투자를 해외 파이어족에 비해 조금 적게 하는 대신, 은퇴 나이를 상대적으로 늦게 잡는 것 같습니다.  


조기은퇴의 함정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일이 힘들고 즐겁지 않을 때 조기은퇴라는 생각은 아주 달콤한 말처럼 들립니다. 일이 없다면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죠. 하지만 조기은퇴는 생각처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조기은퇴를 목표로 하기 전에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은퇴 이후의 삶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해외의 초기 파이어족은 조기은퇴에 중점을 두고 은퇴 자금이 모이면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1~2년 뒤에 전의 직장 또는 다른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하죠 (심지어 조기은퇴 후 이혼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일없는 삶이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웬만큼 자기관리가 잘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루를 계획 없이 무의미하게 보내고,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일이 꽤 흔하죠. 


그리고 직장은 스트레스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의미를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본인의 직장이나 직종을 얘기하는 것처럼, 일은 개인의 아이덴티티의 큰 부분을 차지하죠. 또한 회사는 직장동료와의 유대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은퇴 후엔 만날 사람이 줄어들어 자칫 외로움에 빠질 수 있죠.   


따라서 조기은퇴를 원한다면 은퇴 후의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보낼지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직은 이런 준비가 잘 안되어 있는 것 같아서, 현재 조기은퇴 보단 경제적 자유만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2. 현재의 희생이 용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기은퇴를 위해선 수입을 극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조기은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어느 정도 희생하는 일이죠. 따라서 이러한 희생이 과연 본인이 용납할 수 있는 정도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마 은퇴 희망 나이와 필요한 생활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기은퇴를 위해선 어느 정도까지 현재 본인이 즐기고 있는 활동을 그만두거나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넷플릭스와 같은 여러 구독 서비스를 중단하고, 즐기던 취미 생활을 잠시 중단해야 할 수도 있죠. 


이러한 희생이 용납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조기은퇴를 준비하기 전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는 현재 소득의 3분의 1 정도는 저축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론 현재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어 저축을 더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3. 은퇴자금이 생각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방법 중 '4%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은퇴자금을 주식과 채권 등에 적절히 나누어서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자금의 4% 정도는 매년 인출하여 생활비로 사용하더라도 (투자 수익으로 인해) 30년 정도는 원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에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기에 은행 이자를 받아 노후 생활비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만약 15억이라는 은퇴자금이 있다면, 매년 6,000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쓴다고 해도 15억이라는 원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금융시장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만으로 은퇴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4%의 법칙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던 2000년도 이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되었고, 미래에는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법칙이 더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거나, 저금리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주식시장이 불황을 겪게 된다면 같은 은퇴 자금으로도 인출할 수 있는 생활비가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 이후 질병, 사고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필요한 생활비가 갑자기 늘어날 수도 있죠. 이런 이유에서 최근 해외에서도 4%의 법칙 대신 좀 더 보수적인 3%의 법칙을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 자금을 준비할 때 보통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자금보다 좀 더 여유롭게 준비해야 이후에 난감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파이어족?


파이어 준비하기 

위에서 조기은퇴의 잠재적인 문제점에 대해 적었지만, 제대로 준비하여 실행한다면 조기은퇴는 삶의 질을 크게 높일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성취하는 것은 아마 저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것이겠죠. 따라서 여기서는 이것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제 생각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 필요 생활비 계산

파이어의 여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과연 어떠한 생활을 영위할 것인지 정하고, 이를 위해선 얼마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한지 계산하는 것입니다. 사실 파이어도 크게 린 파이어 (Lean FIRE), 팻 파이어 (Fat FIRE),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 세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먼저 린 파이어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만 만족하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필요 생활비는 최대한 낮게 책정하는 대신 그만큼 은퇴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겠죠. 


다음으로, 린 파이어와 반대의 개념인 팻 파이어는 충족한 생활을 목표로 하는 것을 말하죠. 따라서 필요 생활비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대신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리스타 파이어는 파이어 이후에도 계속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 같은 일로 생활비를 보충하면서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바리스타 파이어는 린 파이어와 팻 파이어의 중간 개념이라고 볼 수 있죠. 


따라서 파이어를 준비할 땐 자신이 위의 세 가지 중에서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고,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해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가계부를 써서 현재 생활비가 얼마인지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2. 필요 자금 계산

필요 생활비를 계산하고 난 뒤엔 이를 패시브 인컴으로 받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는 위에서 얘기한 4%의 법칙이나 좀 더 보수적인 3%의 법칙을 이용해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매달 필요한 생활비가 400만 원이라고 설정했다면, 일 년에 필요한 생활비는 4,800만 원 입니다. 여기서 4%의 인출률을 이용하면 12억의 자금이 필요하고, 3%를 이용하면 16억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인용한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MZ세대의 평균 은퇴 목표 자산도 13억 7,000만원으로 비슷한 정도를 보이죠. 


3. 파이어 목표 시기 설정

마지막으로 파이어를 성취할 목표 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재 저축과 투자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하죠. 위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30대의 연평균 가구 소득 6346만 원에서 50%를 투자해 연 8%정도 수익률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면, 대략 19년 정도 후에 13억 7000만원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만약 이보다 더 빠른 시기에 파이어를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먼저 더 절약해 소비를 50%이하로 줄이거나, 노력을 통해 소득을 평균 이상으로 늘리거나, 현명한 투자로 연 8%이상의 수익률을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업데이트] 조기은퇴 계산기

위와 같은 계산을 돕기 위해 최근 '조기은퇴 계산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 계산기는 사용자의 현재 나이, 수입, 생활비 등 기본 재정 상황과, 위에서 설명한 4% 또는 3%의 인출률 등을 입력하여 조기은퇴에 필요한 자금과 파이어 목표 시기를 계산해볼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이 링크를 이용하여 더 쉽게 파이어를 준비해보세요! 


마치며

제 생각에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는 '자유'인거 같습니다. 제가 이전에 디지털 노마드의 삶도 꿈꾸었던 이유도 결국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돈은 자유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재테크의 과정은 어떻게 보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현명한 재테크로 경제적 자유를 이룰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참고 자료  

조선일보 '난 말야, 14억 모을거야… 그래서 51세에 은퇴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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