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 May 08. 2021

현실적인 투자 목표란?

이 글은 밀레니얼 재테크 블로그에서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나는 항상 삶의 낙관적인 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지만, 삶이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 만큼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 월트 디즈니


세 줄 요약  

개인투자자가 바라는 기대수익률과 실제 수익률 사이에는 보통 큰 간극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현실적인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8~12%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 수익률은 투자 기간과 자산배분을 바탕으로 조정해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글 소개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큰 피해와 혼란을 겪은 해였지만, 주식시장도 뜨겁게 불타올랐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코스피는 1월 2일 2,175포인트에서 시작했다가, 3월 19일에는 1,457포인트로 급락하고, 그 뒤 빠른 상승세와 함께 12월 30일에는 2,873포인트에서 장을 마감했죠. 만약 연초에 코스피 지수에 투자했었다면, 연말에는 약 32%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3월 저점에서 투자했었다면 97%에 가까운 경이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해였습니다.  


심지어 지수가 아닌 개별 종목을 잘 골라 투자했다면, 아마 위의 수익률보다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2020년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종목 10개의 수익률은 최저 583%에서 최대 1,955%까지였다고 하죠. 급격하게 상승했던 지수에 비해서도 18배에서 61배 더 오른 종목이 10개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소위 '대박'을 낸 사람들의 소식도 적지 않게 들렸습니다. 국내에서는, 어떤 공무원이 바이오주에 투자해 원금의 몇십 배에 달하는 수익인 80억을 벌어 퇴사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고, 미국에서도 테크 회사에서 일하는 39세의 직장인이 테슬라 주식에 투자해 130억 원을 만들어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렸죠. 아마 보도된 사실 말고도 주변에서 주식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다는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을 거로 생각됩니다.  


기대수익과 실제 수익 사이의 간극


연 27% 수익? 

2010년 12월 금융투자협회는 설문 조사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이 연 27%에 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설문에 참여한 800여 명 중 10%는 연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했다고 하죠. 


물론 이건 10년 전의 자료이므로 지금과 다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지금도 기대수익률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2010년에는 주식시장이 21% 정도 상승하는 기간이었지만, 2020년엔 위에서 본 것처럼 32% 상승했고, 2010년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유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2021년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주식시장을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얻는 투자자의 예가 많이 보도되고 있으므로, 개인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은 10년 전보다 낮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연 27% 수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만약 어떤 투자자가 매년 27% 수익을 10년간 유지할 수 있다면, 10년 이후에는 투자금액이 대략 원금의 16배가 됩니다. 따라서 1억을 투자했다면 10년 뒤에는 16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정도면 조기은퇴를 성취할 수도 있는 금액이죠. 


아마 눈치채셨겠지만, 사실 이러한 수익률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의 1965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투자수익은 대략 20% 정도라고 하죠.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20년 연평균 투자 수익률은 약 12%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27% 수익률은 성공한 전문투자자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죠.   


개인투자자의 실제 수익률

그렇다면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어떨까요? 위에서 언급한 201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높은 기대수익에도 불구하고 응답자가 2010년에 얻은 투자수익률은 4%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1%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치이죠.  


2020년에는 동학개미의 명성에 걸맞게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10년 전보다 한결 나아졌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수익률은 14.4%였다고 하죠. 조사 기간이 2020년 전체가 아니라 8개월이니, 실제로 2020년 한 해 전체에 얻는 수익률은 아마 15%를 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도 같은 기간 시장의 상승률인 32%보다는 크게 적은 수치이죠. 


따라서 개인투자자의 기대수익률과 실제 수익률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간극이 생기는 이유

먼저, 신문이나 인터넷은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평균을 크게 벗어난 아웃라이어를 주로 보도합니다. 위에서 본 공무원의 경우처럼 투자 대박으로 신문이나 인터넷에 보도되는 사람이 매년 1,000명이라 가정해도 (실제론 이것보다 낮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는 현재 천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0.01%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죠. 따라서 개인투자자가 주로 접하게 되는 투자의 예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의 오류로 인해 더욱 심해집니다. 이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데, 성공한 예만을 고려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투자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거나 실패한 예들은 주로 보도되지 않고 성공한 예만이 보도됨으로써, 이를 보는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신문과 인터넷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서 들리는 소식에 대해서도 똑같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투자에서 실패하거나 수익률이 보통인 사람은 굳이 주변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지만, '대박'을 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투자 성공 소식을 알리는 경우가 많죠. 여기서도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범한다면 주변에서 들리는 대박 소식을 듣고'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는 전문투자자보다 자산배분으로 위험을 분산하기보단, 특정 종목에 '올인'함으로써 빠르게 큰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의 분포가 전문투자자보다 넓죠 (즉 딴 사람은 많이 따고, 잃은 사람은 많이 잃는 것을 말합니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결국 수익률은 위험에 비례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 컸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면 원금 대부분을 잃었을 수도 있죠.


현실적인 투자 수익률 

27% 연 수익률이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면, 어느 정도가 현실적인 수익률일까요? 먼저 비교의 기준이 되는 시장 수익률과 몇 가지 대표적인 주식의 과거 수익률을 알아보겠습니다.  


과거의 시장 수익률 

코스피는 1986년부터 2018년까지 32년 동안 매년 평균 8.9%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S&P500 지수는 1965년부터 2020년까지 55년 동안 매년 평균 10.2%씩 상승했죠. 따라서 별다른 주식 분석 없이 한국과 미국의 지수에 나누어 투자했다면 평균적으로 9~10%정도의 수익을 매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유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평균'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매년 고정적으로 위와 같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얻은 수익률을 평균 냈을 때 이 정도로 계산된다는 것이죠. 사실 매년 시장의 움직임은 이러한 평균에 근접하기보단, 훨씬 높거나 낮게 움직이는 성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본 2020년의 코스피 수익률만 봐도 32%로 평균의 3.5배가 넘죠. 하지만 반대로 2년 전인 2018년의 수익률은 -17%였습니다. 


과거의 개별 주식 수익률

개별 주식은 아무래도 시장보다 위험이 큰 만큼 수익도 그만큼 높을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 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1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15.5% 정도 되는 것으로 계산되죠. 그리고 미국 시장의 대장주인 애플은,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27%, 그리고 구글은, 2004년 상장 이후로 2021년까지 매년 평균 23.7% 정도 상승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개별 주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 주식을 장기 보유했다면 앞에서 얘기한 27% 정도의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러한 계산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을 전제로 합니다. 바로 개인투자자가 성공할 주식을 미리 알고 장기투자를 했다는 것이죠. 

 

먼저 위에서 언급한 세 회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 중 하나이지만, 이전에 이런 사실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세 회사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상위 15개 회사에 모두 포함되지만, 2000년도 초반에는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당시는 닷컴 버블이 꺼지고 IT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많던 시기이자, 인터넷도 현재처럼 일상화되기 전이였죠. 따라서 개인투자자가 향후에 성공할 회사를 미리 파악하여 장기투자한다는 것은, 투자한 회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지 않은 이상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적인 수익률은 8~12% 정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론적으론 애플 같은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로 연 27%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아마 몇 개 종목에 나누어서 투자하거나, 장기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짧게 주식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죠. 그렇다면 기대 수익률도 그만큼 낮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현실적으로 목표할 수 있는 수익률은 대략 연평균 8~12%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범위를 정한 이유는, 사람마다 성향과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어떤 투자자는 시장 평균보다 더 낮은 수익률/위험을 목표로 할 수 있고, 또 다른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위험을 목표로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선 밑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러한 수익률은 언뜻 보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복리의 효과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낮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투자에서 복리 수익을 계산할 때 쓰는 '72의 법칙'을 사용해보겠습니다. 이는 복리의 이율로, 가치가 증가할 때 투자금이 원금의 2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2에서 그 수익률만큼을 나누어서 나온 값과 비슷하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매년 8%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매 9년 (72/8=9)마다 투자금이 원금의 2배가 됩니다. 그리고 매년 12%의 수익률은 매 6년 (72/12=6)마다 투자금을 원금의 2배로 증가시키죠. 따라서 이 경우, 30년 뒤엔 투자금액이 원금의 32배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30세에 5천만 원을 모아 투자했다면, 60세에는 16억이라는 금액을 모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목표 수익률 정하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투자 성향이 다르므로, 본인에게 맞는 기대 수익률을 정하기 위해선 투자 기간과 위험 수용도를 고려해서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투자 기간이 길다면 기대 수익률도 높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과거 평균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에 장기투자할 수 있다면, 매년 평균 10%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이 경우엔 목표 수익률도 8%보단 10%에 근접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공격적인 자산배분을 가질수록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도 높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채권으로 구성된 안전한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매년 10%가 아니라, 8%의 수익도 바라보기 힘들죠. 반대로 성장주에 투자한다면 위험도 높지만 기대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겠죠. 예를 들어, 2020년 높은 수익률로 화제가 되었던 아크 인베스트먼트 (Ark Investment)는 위험이 큰 4차 산업 혁신 기업에 투자하므로, 5년간 연평균 목표 수익률을 상대적으로 높은 15%로 설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따라서 수용 가능한 위험이 클수록 기대수익률도 높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연 목표 수익률을 12% 정도로 설정하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현실적인 수익률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정했죠. 왜냐하면, 투자 기간이 10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길고 투자 포트폴리오 또한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다양한 종목에 분산하여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 종목은 성장주에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중국 시장에도 꽤 높은 비율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투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높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면, 자칫 투자가 아닌 투기로 빠지기 쉽다고 생각해요. 또한 사람마다 투자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르므로 무조건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본인의 성향을 잘 고려해서 현실적인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지금 투자 목표를 정하려 하는 개인투자자라면,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통해 더욱 현실적인 목표 수익률을 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자료  

한 방에 인생 역전 ‘1955.37% 폭등’ 주식에 동학개미 열광 (월간조선)

'80억 주식대박' 슈퍼개미된 공무원…사직서에 시청 '발칵' (뉴스1)

美 투자자, 테슬라 주식 대박에 39세 은퇴…"7.5달러에 샀다" (연합뉴스)

개미투자자들, 평균 年27% 수익률 기대하지만… 작년 실제 수익률은 4% (조선일보)

자본시장硏 "지난해 신규 개인투자자 3명 중 2명 손실" (연합뉴스)

부동산과 주식의 장기수익률 비교 (삼성자산운용)

매거진의 이전글 자산배분: 시장의 공짜 점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