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밀레니얼 재테크 블로그에서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예술은 창조이자 오락입니다.
- 린위탕 (중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
앞으로는 창작자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개인의 커리어에 ‘제3의 길’을 제공합니다.
1인 창조기업은 일반 창업보다는 비용이나 위험부담이 낮고, 직장보다는 일과 시간에 대한 자유가 많습니다. 그리고 잠재적으로 조기은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좋은 대체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1인 창조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희소성과 자기관리, 그리고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저명한 기술잡지 와이어드(Wired)의 창립자인 케빈 켈리는 본인의 에세이에서 성공한 창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창작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000명의 진정한 팬만 만들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그는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하나는 매년 한 명의 팬에게서 창출되는 수익이 평균 100달러(대략 한화로 한 달에 만 원 정도)이상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팬이 출판사나 소속사 같은 중간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창작자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죠. 간단히 계산해 봐도 1,000명 곱하기 100달러는 한화로 대략 1억이 조금 넘으니 창작자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얘기한 두 번째 조건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성립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지금까지 창작자는 보통 중간자를 통해 팬과 소통하고 수익 역시 그들을 통해 분배되니 이 조건이 성립되기 어려웠었죠. 앞으로는 인터넷과 웹을 통해 직접 팬과 소통할 수 있고 여러 가지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직접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거라는 것이죠.
사실 위의 에세이는 최근이 아니라 2008년에 쓰인 글입니다. 스마트폰 혁명을 시작한 오리지널 아이폰이 나온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시기이죠.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지금까지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은 창작자에게 그리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대부분의 창작자는 직접 팬에게서 수익을 얻기보다는 유튜브 같은 대형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광고를 통해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얘기한 두 번째 조건이 성립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의미한 광고 수익을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조회 수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조회 수 100만 영상도 수익은 요즘 대략 20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죠.
이러한 수익 모델은 창작자들도 축구선수나 가수처럼 정말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면 생계를 유지할 만한 수익을 얻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상위 1%의 유튜버가 전체 수익의 21%를 차지하고, 하위 50%의 유튜버는 한 달에 108만 원의 수익을 얻는 것에 그쳤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절반 이상의 유튜버는 창작활동 만으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죠.
아마 창작자가 이제는 대형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창작자는 일반적으로 직접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고객관리, 결제 등 복잡한 기술을 직접 만드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여기에 시간을 쓰다 보면 창작활동에 전념하기 힘들게 되죠. 따라서 현재까진 케빈 켈리가 얘기한 ‘1,000명의 진정한 팬’ 모델이 잘 통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부터 창작자에게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등장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인 서브스택(Substack)은 작가에게 필요한 뉴스레터 제작 툴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후원 서비스인 패트리온(Patreon)은 창작자와 팬이 정기적인 후원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죠. 두 회사는 최근 각각 7,000억과 4조를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창작자가 더는 대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직접 팬과 소통하며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나 파워블로거가 아니어도, 또한 유명한 채널을 가진 유튜버가 아니라도 누구나 1,000명의 진정한 팬만 만들 수 있다면 창작자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1,000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냐구요? 케빈 켈리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이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현재 전 세계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47억 명을 넘겼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떠한 사소한 제품이나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누군가는 원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만약 매 100만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본인의 아이디어에 열광한다면, 4,700명에 달하는 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언어의 장벽이나 다른 장애물이 있을 수 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라면 아마 100만 명 중 한 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도 있죠. 따라서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 수를 주기적으로 달성하는 것보다는 아마 1,000명의 진정한 팬을 만드는 것이 훨씬 실현 가능한 목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익 모델의 가능성은 개인의 커리어에 ‘제3의 길’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제1의 길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고, 제2의 길이 창업이라고 했을 때, 아래에서 다룰 1인 창조기업은 이 둘의 장단점을 적절히 섞은 새로운 커리어패스가 될 수 있습니다.
2021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과 직장인 955명 중 80% 이상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업을 하게 될 예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절반이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죠. 이렇게 의지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를 물어봤을 때, 전체의 90% 이상은 ‘실패했을 때 비용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창업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1인 창조기업은 이렇게 창업 의지는 있지만,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비용 문제로 선뜻 도전하기 힘든 사람에게 좋은 옵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1인 창조기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카페 같은 소상공인 창업보다 훨씬 낮습니다. 시설 투자나 임대료 같은 큰 비용이 따로 들어가지 않고, 위에서 얘기한 회사들이 제공하는 기술 인프라를 활용하면 창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간단한 도구(방송인이라면 카메라, 마이크 등이 있겠죠.)외에는 초기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도 많이 필요하지 않죠. 사업 초기 아직 수익이 없을 시기에 쓸 생활비나 (만약 집에서 일하기 힘들다면) 사무실 임대료 등은 모아둔 돈으로 직접 충당하거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일정 기간 회사 일과 병행하면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죠. 여러모로 일반 창업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얼에 해당하는 20대는 창업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개인적 만족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만족이란,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자유가 큰 부분을 차지할 거로 생각해요. 이전 ‘창업과 레버리지‘ 글에서 적었듯이, 직장에서는 회사와 직무의 요구에 따라 자신을 맞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정확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기획하는 일을 가장 즐기지만, 회사의 요구에 따라 영업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저녁에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생산성이 높지만, 회사 규정상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요즘 글을 쓰면서 느끼는 점은, 하루에 집중해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8시간(혹은 그 이상)씩 일하는 방식은 20세기 공장에서 일하던 근무 모델이 그대로 전해져 온 것이고, 현대의 지식기반 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의 경우, 달리기로 체력을 잘 단련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하루에 5~6시간 정도만 글을 쓴다고 하니, 일반 사람들은 이 이상으로 집중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하루에 3~4시간이상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게 무척 힘듭니다.
따라서 1인 창조기업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좀 더 일과 시간의 자유를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옵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업의 특성상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할 순 없겠지만,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직장보다는 훨씬 많을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업을 할지, 어떤 고객을 받을지, 얼마나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지, 하루에 언제, 몇 시간을 일할지, 직원을 채용할지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전 ‘파이어족에 대한 생각‘에서 적었듯이, 조기은퇴는 달콤한 말처럼 들리지만, 생각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은퇴 이후의 일 없는 삶이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조기은퇴를 위해 현재의 비용을 (때로는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이 용납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런데도 많은 직장인이 조기은퇴를 꿈꾸는 이유는 이것이 가져다주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죠. 여기서 1인 창조기업은 은퇴 후에도 자기가 즐기는 일은 계속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기은퇴의 좋은 대체 옵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인 창조기업은 직장에 비해 높은 일과 시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기은퇴를 위해 현재의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지 않아도 되게 하죠. 이는 여러모로 조기은퇴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이나 창업이 그렇듯이 1인 창조기업도 모든 사람에게 맞는 길은 아니겠죠. 1인 창조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이 길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팬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겠죠. 이러한 콘텐츠는 굳이 오랜 경력으로 무장된 전문성은 아닐 수 있지만, 소수에게라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희소성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1인 창조기업은 대형 회사보다 자본이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려고 한다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케빈 케리는 본인의 에세이에서 대형 회사들은 구조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힘들기 때문에, 창작자는 여기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면서 자신의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다면, 거기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죠.
회사라는 집단에서 벗어나 꾸준히 생산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고객을 만들고,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회사처럼 상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타고난다기보단,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조금씩 시도해 보면서 자기관리와 다른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이 될때까지는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인 창조기업도 결국엔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은 존재합니다. 1인 창조기업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2010년대 기준, 중소기업을 포함한 여러 창업기업 가운데 세 개 중 하나의 기업만이 5년 차까지 생존했다고 합니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도전이 필요할 수도 있죠. 따라서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1인 창조기업은 일반 창업보다 초기 비용이 적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때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찾을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해 볼 수 있죠. 그리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실직의 위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어느 커리어에서나 중요할 것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 아주 뿌듯하죠. 그리고 요리를 하는 사람일수록 음식을 더 즐기는 것처럼,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그것을 소비하는 것도 더 재미있어집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제3의 길’을 선택해 자신이 즐기는 창작활동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