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재테크의 소비 줄이기 가이드
이 글은 밀레니얼 재테크 블로그에서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전 참으로 부자입니다 왜냐면 제 수입은 지출보다 크고 지출은 제 소망과 같기 때문이죠.
- 에드워드 기번 (18세기 영국 역사가)
보통 재테크에 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먼저 종잣돈을 만들라고 조언하죠. 일반적으로 종잣돈을 만드는 방법은 소비를 수입보다 낮게 줄이고 그 차이를 저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소득 수준이 어떻든 재테크 여정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죠 (소비가 소득을 따라가는 현상을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후에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이는 말은 쉽지만, 막상 해 보면 생각보다 잘 안 됩니다. 왜냐면 소비 패턴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고, 누구에게나 원래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 건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과정도 하루아침에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체질 개선을 한다는 방식으로 길게 보는 게 좋습니다.
소비를 줄여나가는 방식은 넷플릭스에서 유행했던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나온 정리 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정리 할 때 설레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라고 얘기하죠. 모두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 필요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생각은 좋은 것 같습니다.
소비를 줄이는 과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지출 중에서 설레지 않는 지출은 줄여나가는 것이죠. 사람마다 어떤 지출이 자신에게 중요한지는 다 다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살 땐 가격도 보지 않고 그냥 읽고 싶은 만큼 사는 편입니다. 하지만 옷은 그냥 깔끔하고 재질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들여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노력하죠.
따라서 소비를 줄여나가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삶에서 자신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 패턴을 바꾸어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소비를 줄이는 여정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자신이 현재 얼마나, 그리고 어떤 종류의 소비를 하는지 알아야겠죠. 사람마다 소비 패턴이 다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를 위해선 본인이 직접 계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평소에 가계부를 꾸준히 쓰시는 분들은 비교적 정확한 소비 정보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몇 달 간의 소비 내역을 보면서 대략 어떤 종류의 소비를 하는지 파악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성격상 가계부를 꾸준히 작성하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겐 일단 시작하면서 한 달, 길어도 석 달 정도만 가계부를 써 보시길 추천합니다. 경험상 대략 한 달 월급의 몇 퍼센트는 어디에 쓰고 있다는 것만 알아도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소비 패턴을 대략 파악한 후엔 그 패턴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과연 본인 삶의 우선순위와 같은지 한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얘기했듯이 전 옷은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인데도 만약 최근 석 달 동안 옷에 쓴 비용이 식대비보다 많다면 현재 소비 패턴이 이상적인지 한번 깊게 생각해 봐야겠죠. (정확히 어떤 종류의 소비에 얼마나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선 밑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따라서 소비 패턴 파악 후에는 자신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한번 정리를 해 봐야 합니다. 본인이 평소에 중요시 하는 것이 비싸더라도 조용하고 넓은 집인지, 얼리어답터로서 최신 가전제품인지, 밖에서 사먹는 음식인지, 아니면 주말마다 밖에서 쓰는 유흥비인지 생각해보고 우선순위를 설정 해야 되겠죠.
여기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나이에 따라 중요시 하는 게 다 다르겠죠. 하지만 현명한 소비를 위해선 덜 중요시 하는 것에 대한 소비는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업에서 경영 기획을 할 때 예산 설정이 중요하듯이 개인에게도 예산 설정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산 설정 할 땐 많은 방법이 있죠. 비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서 설정 할 수도 있고 주거비, 식비 등 항목별로 나눠서 설정 할 수도 있고, 둘 다 혼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 예산을 설정할 때 예전 미국의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소개한 50/30/20 법칙을 살짝 변형해서 쓰고 있는데, 여러 가지 시도 후에 이것이 저한텐 제일 직관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소개하자면 전체 세후 수입의 50%는 필수로 써야 하는 소비 (예를 들어 주거비, 식비 등), 30%는 원해서 쓰는 소비 (예를 들어 외식, 유흥비 등), 그리고 남은 20%는 저축을 하거나 투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20%만 저축하는 것은 한국인들에겐 좀 적게 느껴 질수도 있죠. 아마도 이 법칙은 미국에서 처음 소개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저축을 늘리고 다른 소비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 현재 수입의 33%정도는 저축하고 대신 원해서 쓰는 소비는 저축을 늘린 만큼 줄여 예산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땐 최대한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쉽고 직관적이여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위의 방법이 좀 어렵게 느껴진다면 저축과 소비 두 가지 항목만으로 예산을 설정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예산을 설정하고 나면 아마 대부분이 현재 소비 패턴이랑은 조금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똑같다면 축하드립니다, 소비를 잘 관리하고 계시는군요). 예를 들어 원해서 쓰는 소비를 30%로 설정했는데 막상 실제 소비 패턴을 보니 40%에 가까울 수도 있죠. 그러면 그 10%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지 자세히 봐야 합니다.
그 차이가 만약 매일 아침 출근길에 사 마시는 아메리카노에서 나오는지, 비싼 전자기기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유흥비에서 나오는지 말이죠. 그리고 이 소비들이 이전에 본인이 설정했던 우선순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비교해본다면 어디서 가장 먼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하는지 대략 답이 나올 것입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소비를 줄이는 건 힘듭니다. 아무리 우선순위에서 밑에 있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하던 행동을 바꾸긴 쉽지 않죠. 몇 년간 매일 출근길에 커피를 사서 마시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 습관을 버리길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여기에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소득이 올라서 지출을 감당하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소득이 오를 때마다 지출도 같이 올라 저축이 잘 되지 않게 되죠.
따라서 단기간에 많은 것은 바꾸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행동을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커피를 예로 들면,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다섯 번에서 네 번, 그리고 그 다음 달엔 세 번, 이런 식으로 줄여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파이어족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파이어족이란 금융위기 이후 해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진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 (빠르면 20대 늦어도 40대 퇴직하는 것을 애기합니다)을 하기 위해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소득의 70% 혹은 그 이상을 저축해 빠르게 은퇴자금을 확보하는 재테크 전략이죠.
요즘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적을 계획이지만 혹시라도 이것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이미 하고 있으면 분들이 있다면 과연 자신한테 맞는 전략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조기 은퇴를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성립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조기 은퇴 후 구체적으로 뭘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이미 꽤 많은 해외의 조기 은퇴자들이 그 후 뭘 할지 몰라 오래 방황했죠 (그러다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은퇴 자금이 시간이 지나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금융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죠. 모은 돈에 따라 매년 5천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쓸 수 있다고 계산되더라도 그것이 10년, 20년 뒤에도 유지될진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조기퇴직을 위해 극단적 절약을 하려고 결정하기 전에 잘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궁극적으론 파이어족을 추구하지만 아직은 조기 은퇴에 대해선 결정을 하지 못했어요. 일단은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을 목표하고 있죠. 따라서 평소에 절약은 하되 너무 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
돈과 자유에 관해
차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