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와 아키노리,《마케터의 문장》
이렇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그들의 마음을 자극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문장을 쓸 수 있으면 본업이든 부업이든 사적인 일이든, 어떤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셈이다. 게다가 문장력이라는 스킬은 한 번 얻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강력한 이점을 갖고 있다. (11p)
『마케터의 문장』은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형 회계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부업으로 블로그 제휴 마케팅을 했던 경험담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휴 마케팅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해야 하니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글을 쓰는 게 중요할 테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당연히 초기에는 죽을 쒀야 했다.
저자는 글쓰기 책은 물론 마케팅, 행동심리학 관련 책들을 읽고 영업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문장 쓰기 기술을 연마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렇게 익힌 노하우로 직장인 시절보다 10배 수준의 연봉으로 일을 하게 됐고 책 집필 의뢰도 꾸준히 들어온다는, 요즘 유튜브 등에서 많이 보이는 성공담이 예상되지 않나? 일이 잘 풀렸으니 이런 책을 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저자가 이런저런 경로로 익힌 문장 쓰기 비법을 모아놓은 것이고, 핵심 목표는 독자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저자가 말하는 문장 쓰기 기술은 “자기 만족을 위한 것도, 문학적 성취를 위한 것도 아니”며 핵심 타깃으로 설정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걸어놓았던 터라 책을 빌리기까지 꽤 오랜 시일이 걸렸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고 싶은 기대감이 컸다. 그런 기대감으로 책을 휘리릭 읽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꽤 실용적인 팁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팁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마음에 와닿는 대목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예전에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문장(메일이나 연애편지 등)을 다시 읽어보자. 아마 전체 내용의 90퍼센트가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할뿐더러, 글이 전체적으로 나의 상태나 감정에만 집중되어 오히려 읽는 사람이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125p)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블로그든 브런치든 SNS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했지 읽는 이의 입장을 헤아려볼 생각은 하지 못했구나 하고 반성하게 됐다. 저자는 문장의 주어를 ‘나’에서 ‘당신’으로 바꿔 보라고 권한다. 독자를 의식하며 쓰라는 얘기다. 그렇게 써야 독자로 하여금 ‘이 글은 나에게 하는 얘기 같다’라고 생각하게 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 독자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자를 의식하며 쓰려 해도 어떤 독자가 읽을 것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그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예상 독자의 범위를 잘 잡아야 한다. 예상 독자의 범위를 넓히기보다 좁히는 편이 보다 수월하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예상 독자는 최대한 상세하게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대 직장 여성을 독자로 정한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고민을 지니고 있는지 예상 독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라는 얘기다. 마케팅 용어로는 ‘페르소나 설정’이라고도 한다. 글 하나 쓰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저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독자의 모습을 명확하게 이미지화하지 못하면 타깃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프리랜서, 1인 기업가는 물론 부업(사이드잡)을 하려면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많다. 나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참 다양해졌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글쓰기(문장 쓰기)가 기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꽤 유용한 팁들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