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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Sep 22. 2018

야근 때 생각 24

시간: 17:30


우리의 시간은 중요하지 아니한가? 사원의 시간이 더 값어치가 있을까? 아니면 부장의 시간이 더 값어치가 있을까? 혹은 상무의 시간이 더? 기본적으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권리가 있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는 각자의 시간들은 어떤 상황,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를 다르게 메기고, 그걸 당연시 여겨간다. 

카카오톡은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즉각 연락할 수 있는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까지 그 대표성을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대를 그러한 자리를 확실히 꽤 차고 있다. 그러나 이 카톡은 일과 연결이 되는 순간 참으로 피곤해지는 어두운 면도 함께 동반하게 되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고 누구에게 연락 온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인데, 이제 이 카톡은 이 반가움에 대한 고귀함을 상실시킨 지 오래고, 더군다나 일과 개인생활의 중간의 시간과 공간의 단절이 없어지고 보다 그것이 합쳐져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카톡 메시지에 상사에게 연락 온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일과 관계되어 있고, 자연스레 엮이게 된다. 상사로부터 카톡이 없다는 것,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밤 8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가족과 오 순도 순해야 할 황금시간에 단체 카톡 방은 또다시 불길이 튄다. 정 부장은 급히 카톡을 확인해보며, 눈팅을 시작한다. 피곤한 일이다. 단체 카톡 방의 대장은 열심히 지시와 훈계, 찰렌 지를 지속적으로 한다. 인상이 찌그러진다. 긴장된다. 그것이 삶이다. 


다시 돌아와서 시간의 가치에 대한 질문은 이미 여러 차례 나의 머리를 맴돌고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각각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각자의 운명에 맡기되 그 시간에서 얼마큼 그 순간이 가치가 있었음을 스스로 평가하고 되새기고 공유하는 자리를 가짐으로써 보다 평등한 시간 체계를 공유하는 미래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간은 금이지만, 그 금은 순도는 서로 다를 수 있기에 우리는 모여 생각해야 한다. 시간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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