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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저 여행가 Dec 30. 2023

구형 아이패드의 변신 : 디지털 액자

 

십 년쯤 전에 구매해서 한동안 잘 사용했던 애플사의 아이패드가 어두운 서랍 속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된 지 꽤 되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봉투에 들어갈 정도로 샤프했던 디자인, 그러면서도 엄청난 성능을 보여줬던 아이패드 2세대 제품. 그 당시에는 정말 가지고만 있어도 사람들이 쳐다봤던, 엄청나게 핫한 아이템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최첨단 IT기기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몇 해 전에 새로운 아이패드 제품을 생일 선물로 받아서 사용하게 된 뒤로 구형 아이패드 제품은 서랍 속의 자리만 지키고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구형 아이패드. 사용하자니 요즘은 너무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또 버리자니 아깝고. 그래서 인터넷에서 구형 아이패드 활용 방법을 이리저리 검색해 보았습니다. 꽤 여러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답은 하나더군요. 디지털 액자로의 변신.



구형 아이패드를 디지털 액자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습니다. 아이패드에서 사진을 보는 것은 기본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었는데요. 크게 두 가지 사항 정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떤 앱을 이용하여 사진을 보여줄 것이냐? 그리고 아이패드를 어떻게 새워둘 것이냐?


먼저 사진을 디스플레이하는 앱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패드의 앨범앱으 슬라이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내장된 앱이라 추가 비용 부담도 없고 사용하기에도 익숙해서 별다른 부담이 없습니다. 혹시 아이폰 사용자라면 icloud를 통해서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들이 연동되기 때문에 사진을 관리하기 편리합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시거나, 아니면 다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아이패드에 별도로 넣어주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좀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앱의 기능이 별로 없이 단순합니다.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몇 년 전에 안드로이드폰으로 변경을 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Soloslides for Google Photos'라는 앱을 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앱을 이용하면 구글포토에 접속하여 사진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따로 아이패드에 사진들을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구글에서 클라우드로 15 Gbyte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사진만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신다면 용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일이나 drive  용도로도 사용하고 계시다면 추가 용량이 필요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회사 메일 외에 개인 이메일로서 gmail을 사용하고 있기는 한데, 적절히 정리하면서 사용하신다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15 Gbyte도 충분합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 중 이쁘고 잘 나온 사진을 바로바로 구글포토에 업로드하면 금방 디지털 액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Soloslides for Google Photos'의 무료 버전에서는 일부 기능의 제약이 있는데요. 무료 버전은 사진이 바뀌는 시간 설정의 최소 세팅이 5분 간격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는 좀 깁니다. 사진 재생도 순서대로 밖에 안되고, 24시간 켜져 있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유료 버전은 사진이 바뀌는 시간이 5초까지 설정이 가능하며(저는 15초로 설정하여 사용 중입니다), 셔플 기능이 있어서 무작위로 사진이 보여집니다. 또 나이트 타임 모드(Night-time mode)가 있어서 아이패드가 켜지고 꺼지는 시간을 세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기능이 더 있는데, 가격은 최초 구입 가격이 7,500원입니다. 저는 과감하게 질렀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중입니다.  


다음으로는 아이패드를 세워두는 법입니다. 정말 사진 액자처럼 걸어둘 수도 있는 액세서리들도 판매되고 있고, 좀 더 간단히는 아이패드 거치대 같은 것을 사용해서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는 방법입니다. 액자 액세서리를 구매하시면, 정말 예쁘고 그럴듯하게 액자를 꾸미실 수 있습니다. 좋기는 한데, 가격이 생각보다는 꽤 있더군요. 간단히 아이패드를 벽에 거치할 수 있게 해주는 액세서리들도 있습니다. 이들 제품은 가격대가 많이 비싸지는 않지만 벽에 구멍을 내야 해서 설치 난이도가 살짝 있는 편이고, 나중에 이사나 인테리어 변경 등으로 인하여 설치 장소 이동이 어렵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거치대를 이용해서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는 방법입니다. 가격도 많이 비싸지 않고, 설치가 간단하며, 편하게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액자로써 그럴싸한 느낌은 살짝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구형 아이패드 2세대(충전기와 라이트닝 케이블 포함)와 'Soloslides for google photos' 유료 버전, 그리고 간단한 패드 거치대를 이용하여 디지털 액자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액자는 식탁과 거실 소파에 앉았을 때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었습니다. 이왕 디지털 액자를 사용할 거면 차라리 디지털 액자 상용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드 계실 것 같은데요. 쓸만한 디지털 액자는 생각보다 가격대가 비싼 편이고요. USB를 이용하여 사진을 이동/저장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구성한 디지털 액자는 디스플레이 성능이 꽤나 훌륭해서 화질이 좋고, 구글 클라우드(아이폰 유저라면 icloud)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사진 관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조금 떨어질 수 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만족스럽습니다.




디지털 액자를 만들 때 실제적으로 가장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은 사진 선정입니다. 예쁘게 잘 나온 사진, 기억할 만한 순간들, 재미있는 찰나, 멋진 풍경 등등과 꽤 오랜 시간 동안 찍어온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좋은 사진들을 선정하여 클라우드에 올리는 작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핸드폰에도 사진들이 많고, 20여년간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 있었는데요. 이 사진들을 일일이 보고,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와이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DSLR 등 다른 카메라로 찍은 사진, 다른 사람이 찍어서 보내준 사진, 인화된 사진을 스캔한 사진, 언론사에 보도된 사진 등. 수만 장의 사진들 중에 소중하고 재미있는 사진들 약 700장 정도를 골라서 구글 클라우드에 업로드하였고, 계속해서 새로 찍은 사진 중에서 즐거운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은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 같습니다. 이 즐거운 추억들이 15초 간격으로 바뀌게 세팅을 해두었습니다. 


저는 사진 디스플레이 순서를 셔플링으로 세팅해 두었습니다. 20년 전 결혼 초기 사진들, 아이들 어렸을 때 사진, 처음 가족 해외여행 가서 찍은 사진, 아이들 학교 졸업식 사진,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 등등. 촬영한 시간이 뒤죽박죽으로 보여지는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살아 온 다양한 시간대가 아무렇지 않게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디지털 액자의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를 디지털 액자로 꾸며 두었더니,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와잎이 훨씬 더 재미있어합니다. 아이들도 지들 어렸을 때 저질렀던 만행들을 보고는 부끄러워도 하지만 또 재미있어도 합니다. 이런 사진들을 보다 보면 넉을 놓고 보게 되는데, 와잎 표현에 따르면 정말 도낏자루 썩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구형 패드가 집안 어딘가에 있다면, 꺼내서 디지털 액자로 활용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시작은 아이패드가 아까워서 재미 삼아해 본 것인데, 생각보다 가족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할껄그랬네요. 핸드폰 메모리, 컴퓨터 하드디스크, 클라우드 등에 저장만 되어 있는 소중한 추억들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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