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쓸모의 쓸모의 세계에 대해 모르는 나는
지난 여름 우리 집 누에나방들이 죽었다
수백 개 알을 낳아두고…
그리고 봄처럼 누에가 나왔다
아이는 뽕잎을 갈아주면서
개미누에와 먼저 나온 누에의 똥을 분별한다
그럴 게 뭐냐 그냥 버려라
죽는 애는 죽고 사는 애는 사는 거지
두 시간 동안 그러고 있을 일이냐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는 멀리서 옳은 말을 재게 던진다
백 번은 참다가 다섯 번쯤 한 말에
아이는 눈물을 쏟는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하는 일이 쓸모없게 느껴지잖아
쓸모없는데?
쓸모없는 거 맞는데?
제 방으로 들어가버린 아이 뒤에서 나는 또 백 번쯤 생각한다
생각하다가 생각난다
내가 한 모든 쓸모없는 짓들이
그로 인해 생긴 나와 내 삶의 무늬들이
그것들을 지우면 남을 똑똑하고 튼튼한 구멍들에 내가
품을 허망함이
무쓸모의 쓸모의 세계에 대해 모르는 나는
문을 열고 아이에게 말을 건다
가세 가세
뽕잎 따러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