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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누에

무쓸모의 쓸모의 세계에 대해 모르는 나는

by 모도 헤도헨


지난 여름 우리 집 누에나방들이 죽었다

수백 개 알을 낳아두고…


그리고 봄처럼 누에가 나왔다


아이는 뽕잎을 갈아주면서

개미누에와 먼저 나온 누에의 똥을 분별한다


그럴 게 뭐냐 그냥 버려라

죽는 애는 죽고 사는 애는 사는 거지

두 시간 동안 그러고 있을 일이냐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는 멀리서 옳은 말을 재게 던진다

백 번은 참다가 다섯 번쯤 한 말에

아이는 눈물을 쏟는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하는 일이 쓸모없게 느껴지잖아


쓸모없는데?

쓸모없는 거 맞는데?

제 방으로 들어가버린 아이 뒤에서 나는 또 백 번쯤 생각한다


생각하다가 생각난다


내가 한 모든 쓸모없는 짓들이

그로 인해 생긴 나와 내 삶의 무늬들이

그것들을 지우면 남을 똑똑하고 튼튼한 구멍들에 내가

품을 허망함이


무쓸모의 쓸모의 세계에 대해 모르는 나는

문을 열고 아이에게 말을 건다


가세 가세

뽕잎 따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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