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물건들
목도리, 장갑, 털모자?
지금까지 살면서 모자를 사서 써본 적이 없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괜히 모자를 쓰면 동그란 얼굴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아
모자를 가져 본 적도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쓰기 시작한 마스크가 얼굴의 반을 가려주니
용기를 내 올해 처음으로 비니를 샀다.
모자를 쓰고 나간 날
모자 쓴 내 모습이 이상하지 않다는 데 놀랐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모자를 쓰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
한번 더 놀랐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자의식 과잉이었던 건 아닐까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남아 있을까
은근히 기대가 되면서도
그동안 모르고 지나친 날들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모자들이 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