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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Oct 08. 2023

야간 드라이브의 황홀함

운전자들의 낭만, 그리고 도시인의 자유.

오너드라이버라면 누구나 야경이 아름답고, 차량이 드문 한적한 새벽에 도시 철교 위를 드라이브하는 것을 꿈꾼다. 거기에 스티브 바라캇의 '레인보우 브릿지' 정도의 연주 음악이 bgm으로 흐른다면 금상첨화~


도시에 산다는 것은 때로 대중 속에 파묻혀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언제든 광탈의 새벽질주를 할 수 있고, 답답할 때 훌쩍 한강 공원에 가서

다양한 형태로 움직이고 살아 숨쉬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라면 한 그릇 때리는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운전을 생활의 목적으로 하는 것은 피곤하다.

그러나 그저 산책하듯, 미끄러지듯 가볍게 차 안에서 운전 자체에 집중하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는 굉장한 자유로움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게다가 답답한 마음을 비우고, 문제에 대해 차분히 생각할 여유도 생긴다.

거기에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추가적 이득이다.

두 다리로 직접 걷는 산책도 좋지만,

내 발을 대신해 먼 곳까지도 편하게 데려다주는 자동차의 바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드라이브에 대해 생각이 머물자, 산책의 대명사인 철학자 '칸트'가 떠오른다.

'걸어다니는 시계'라고 불렸다던 임마누엘 칸트는 매일 일생 동안  정확히 오후 3시 30분에 집을 나서,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산책을 했다고 한다. 그의 철학은 대부분 산책 중에 깊은 영감으로 답을 찾곤 했다고 하며, 그에게 산책이란, 건강을 넘어 정신을 즐겁게 하고 영혼에 휴식을 제공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 [출처] [마실 이야기 7] 행복한 삶의 조건 3가지- 칸트의 산책|작성자 골든팜)


아마도 칸트가 이 시대에 살아계셨다면 드라이빙을 통한 철학도 하지 않으셨을까.

더불어 기동력이 좋아졌으니, 생각이 폭이 넓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움직임이 적다고 해서 사색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아니리라.)


그렇다. 21세기의 드라이버를 즐기는 운전자들 역시 움직이는 철학자들이다.

드라이브란 단순히 이동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동 중에 보게되는 삶의 다양한 풍경들을 관찰하며

때로 '유레카'를 외치게 하는 사유의 과정일 수도 있다.


왜 우리는 드라이브를 나가는 것일까.

나는 어제 한강 철도 위를 달리며, 일 년에 하루만 피우는 한강의 불꽃을 보았다.

그리고 성수대교,한남대교,반포대교, 동작대교를 차례로 거치면서

서울의 밤풍경이 가져다주는 아름답고 황홀한 시티적 감성을 맛보았다.


도시의 야간 드라이브는 광활한 자유로움이다.

秋夜長長. 가을 밤은 길고도 길다.

긴 긴 가을 밤에, 드라이빙의 낭만도 깊어간다.


https://youtu.be/GgHHlez7xig?si=6OulYEoneRt0g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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