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수의 "선생님 인생도 나이스 샷~"이라는 연수를 듣고 있다.
평가와 고입 입학 상담 및 원서 접수를 거의 마무리해가는 시점이라,
개인적인 한 해의 인생도 결산할 여유가 생기는 12월이다.
사실, 학교에 근무하는 이상, 늘 여유는 없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기에, 교우관계나 학교 부적응, 학교폭력 등 언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업이나 행정, 평가, 생기부 업무 외에도 긴장 상태로 매 순간을 침착하게 버텨내야 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지만,
누군가를 돌보면서 바쁘게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정작 나의 인생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건지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
더구나, 직장에 입사한지 꽤 오래되었거나, 조직 생활에 타성에 젖어 변화없는 안이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면. 무언가 내가 주도하는 삶이 아닌, 조직에 이끌려가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물론 나도 그 평범한 냄비 속 개구리 중에 한 마리일 테지만.
그러다 연말 우연히 듣게 된 한 연수에서 귀한 가르침을 얻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존경할만한 1세대의 세계적 골프선수인 박세리 선수.
최근에 지도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이렇게 교사를 위한 연수까지 하셨을 줄은 몰랐는데.
시작은 별 기대 없이 들었던 연수였지만,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목차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자산관리] 튼튼한 뿌리를 만들고 싶어
[균형관리]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어
[멘탈관리] 나를 믿고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목표관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어
[평판관리] 내 평판을 관리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어
[내면관리] 마음의 공간을 가진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관계관리] 때론 고독해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
[노력관리] 내가 가진 것에 노력 한스푼을 얹고 싶어
[변화관리] 내 인생의 변화를 용감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열정관리] 내 열정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 멋지게 살고 싶어
[태도관리] 넥스트 레벨을 다르게 하는 태도로 임하고 싶어
[소통관리]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가치관리] 그 누구도 정해주지 않는 나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싶어
[긴장, 강박 관리]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
[휴식관리] 열심히 일하는 내게 제대로 된 쉼을 선사하고 싶어
그 중 '비전'에 관한 이야기가 뇌리에 남는다.
'나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이 같은가?'에 대한 질문.
조직에 부적응하고, 힘겹게 직장생활을 견뎌내는 많은 분들이 한 번쯤 해보면 좋을 질문이다.
만약 나의 비전이 내가 속한 조직의 궁극적인 비전과 다르다면,
그 조직은 나의 인생의 결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테고,
그렇게 조직과 다른 목표와 비전을 갖고 곁가지에서 버둥대다보면
결국 조직도 나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럴 땐 용감하고 과감하게 나의 비전을 따르는 것도 방법일 테고,
그게 힘들다면,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의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방법부터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교사라면, 담임 학급 내에서, 내 수업 내에서 충분히 교육적 비전을 실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수업 안에서는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직업이라 다행이라 생각된다.
학교를 졸업한지 너무나 오래된 데다가,
직장에서도 비전을 잃고 식상해가는 이 시점에,
'비전'이라는 오래 전에 서랍 속에 넣어둔 것 같은 낯선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신선했다.
조금은 거창하지만, 인생을 결산하면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주제인 것 같다.
우리는 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선택했으며,
그 일을 하고자 했던 원래의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생존하기 위해 근근히 버텨내는 삶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비전을 가진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