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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pr 21. 2024

생계형 글쟁이에 대한 소고

나의 글의 가치는 무엇일까? 

n잡이 본격화된 시대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을 찌를듯 오르는 물가 상승에 부대끼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고,

오프라인의 본업과 더불어, 온라인 세상에서 또다른 캐릭터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업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 속에서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는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개발자가 되기도 하고, 쇼핑몰 사장님이 되기도 한다. 


본래 부업은 '본업 외에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갖는 직업'이란 뜻인데,

요즘은 '본업'만하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받기 일쑤이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기 어려운 것이 마치 '하이퍼링크'와 닮아 있다.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보더라도, 관련 키워드나 주제가 자동으로 링크되어서

나도 모르게 해당 분야에 대해 '얕고 넓은 가벼운 지식들'을 갖게된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나 거침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기에,

어떤 경험이 가치 있는 경험이고,

어떤 지식이 습득할 만한 가치 있는 지식인지

판단하기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속된 말로, 약장수 같은 광고성 지식이 많아졌달까.)


예전에는 작가가 된다거나 책을 발행한다든가 하는 것이

전문가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동네 꼬맹이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성별,연령,나이,학력,경력을 불문하고 

바야흐로 '전 국민이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이렇다보니, 

부업을 안 한다든가,

글이나 그림, 영상 창작을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같이 여겨질 정도가 된 것 아닐까.


글쎄, 내 경우를 이야기해보자면,

브런치를 시작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마치 '나만의 당나귀 숲'을 가진 것처럼 후련하기는 했지만,

이것을 상업화한다든가, 글쓰기를 또 다른 부업으로 발전시킨다든가 하는 생각은 아직 하지 못했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글쓰기 코치' 같은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감히,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내면의 외침 속에서는 

마치, 글로 돈을 번다는 것이 무슨 금기라도 되는 것처럼,

글쓰기는 고귀한 정서적 영역, 철학적 영역, 사색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최근에 '돈 되는 글쓰기, 생계형 글쓰기, 글쓰기 부업' 이런 키워드가 검색 상위권에 오르는 걸 보니,

글 쓰기를 통해 자아 실현을 꿈 꾸고, 정서적 정화를 꿈꾸고, 문학적 낭만이나 꿈꾸는 것이

세상 한량한 자의 낮잠이나 되는 것처럼 부끄러워졌다.


과연, 우리는, 매일 같이, 왜, 글을,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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