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1주 차.
대부분의 주말은 열한 시가 넘은 시간 느지막이 일어나 눈만 뜬 채로 멀뚱멀뚱 핸드폰을 보다 두시를 훌쩍 넘겨버리곤 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눈과 몸이 일찍 떠졌다. 망설임 없는 몸짓으로 일어나 지난밤 동생이 사다 준 샌드위치와 망원동에서 공수해 온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려 아침을 먹었다. 그런 후에 매일 출근 전 하는 루틴처럼 <데일리 필로소피> 한 챕터를 필사하고, 아침 일기를 쓰고, 짧은 독서를 했다. 그래도 아직 열한 시가 안된 시간. 키보드를 토독 토독 두드리는 일요일 아침.
창문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창문 안에서는 누군가가 만들어 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귀가 편안한' 감성 팝을 골라 틀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 순간들을 옮겨 적는다. 온전한 시간이 있다면 이런 시간이 아닐까 하며.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과 내 귀로 들어오는 다양한 소리들과 오늘의 후덥지근한 온도를 느끼고, 이따금씩 아침에 마시다 남은 미적지근한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이는 순간들의 믹스.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일요일 아침의 시간. 아침이 있는 일요일이라니. 어쩐지 이것은 나의 작은 사치 같다.
지난주, <인생의 일요일들> 서문을 읽은 후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 간 틈틈이 첫 번째 챕터를 몇 번씩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같은 곳에 마음이 머무는 것을 발견했지. '회복', '안주하지 않을 힘', '깊이', '마음'. 이런 단어들이 만든 문장들. 그 문장들에 몇 번이고 밑줄을 치고, 작가가 옮겨 적은 일요일의 냄새를 상상하면서 나는 어서 일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오늘의 일요일. 어김없이 일요일은 돌아왔다.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지난주 상상하던 일요일의 냄새를 맡으며 나는 지금 이 글을 적는다. 회복, 안주하지 않는 힘, 깊이, 마음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에게 휴식은 안주가 아니라 안주하지 않을 힘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그는 회복된 몸으로 자신의 '마음'이 가르키는 방향에 충실했어요. -20p
마음이 흔들릴 때 우리의 안식처는 '깊이'뿐일 거예요. 우리의 퇴각로는 '깊이'뿐일 거예요. -21p
이렇게 기쁨을 느끼는 시간을, 저는 그 시간을 일요일의 시간이라고 불러요. 회복하고 건강해진 시간, 마음에 충실한 시간요. -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