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2주 차.
<인생의 일요일들> 1주 차.
긴 프로젝트의 끝이 보인다. 한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4개월씩 진행되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오리엔테이션 포함 4개월의 여정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 오리엔테이션 이후 기획이 겨우 통과되고 나면 시작되는 끝없는 작화 수정과 레퍼런스 준비, 로케이션 픽스, 모델 픽스, 1개월 하고도 2주 전 국내/해외 촬영 그리고 촬영 데이터가 오자마자 시작되는 후반 일정과 몇 번의 드래프트와 피드백이 오가면 프로젝트의 끝에 다다르는 것.. 이다.
문장으로 옮겨 적으니 조금 긴 호흡의 한 문장으로 4개월이 압축되는데, 지나온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고작 한 문장인데. 이 한 문장 속에 나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관여한 수백 명의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이 있다.
내가 왜 장황하게 다 끝나가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냐면, 내가 이 회사에 오게 된 시시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한 복선이랄까.
2021년 8월의 어느 날, 오늘로부터 딱 2년 전의 일이다. 면접을 보고, 이 회사로 이직을 한 게. 사진을 전공하고 꽤 오랜 시간 방황을 한 나는 다시 새로운 방황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대표님의 부름으로 긴 방황을 매듭짓고 새로운 자아를 꺼내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나의 삶은 꽤 엉망진창의 삶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시작된 방황. 짧으면 5개월, 6개월씩 대체로 눈치만 보면서 대충 다니던 스튜디오들, 서른에 시작된 직업의 변화,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지나간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마지막으로 스튜디오를 그만두었을 때 걸려 온 한통의 전화가 내 인생을 안정 궤도로 올려놓을 줄 나라고 알았겠냐고.
일련의 과정을 지나고 나니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함께하게 된 것은 우연의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우연은 서로 다른 누군가들의 과거가 엮여서 만든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엉망진창이고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생각했는데, 그런 최악들이 모여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거였다. 그때 그 순간에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딘가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다시 시작할 때마다 나는 그냥 떠밀리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무의식의 나는 낡은 자아를 새로운 자아로 바꿀 준비가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매번 지각일지라도.
'낡은 자아를 새로운 자아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겠지?'
제 대답은 '네, 네. 준비되어 있어요'예요.
바로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즉, 더 나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요.
그리고 밖으로 뛰어 나가요. 물론 지각이에요. -24~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