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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Nov 02. 2022

나의 딸에게 전하는 100개의 감사-1

스물아홉, 엄마의 생일 선물


1. 내게 가장 소중한 생명체, 다솜이로 와주어 고맙습니다.

2. 내 몸 안에 있는 동안 참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소중한 시간을 경험하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3. 어렸을 때 함께 여행 다닌 많은 시간들이 고맙습니다.

4. 따님 덕에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5. 놀이터에 데려다 놓기만 하면 금방 친구도 잘 사귀고 잘 놀아주어 기특하고 흐뭇했어요.

6. 폴짝폴짝 뛰며 퇴근한 엄마를 주어  행복했어요.

7. 아가 때부터 언제나 생글생글 웃어주어 고맙습니다.

8. 미숙아로 태어나게 해서 너무 미안했는데, 잘 자라주어 고맙습니다.

9. 유치원 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책'에 '우리 엄마 00잡지 기자'라고 써준 것. 정말 놀랍고 오래도록 힘이 되었어요.

10. 따님과 함께 길거리에서 소리 내서 노래 부르는 게 참 즐거웠어요.

11. 엄마 큰 일 보는데 엉덩이 들어 보라며 잘 쌌냐고 하던 모습, 생각만 해도 웃겨요. 그렇게 해맑게 커주어 고마워요.

12.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엄마 대신 전화해주어 고맙습니다.

13. 놀이공원 하늘열차 엄마는 무서웠는데, 우리 딸이 즐거워해서 여러번 탔지요. 덕분에 짜릿한 즐거움을 누렸어요.

14. 따님에게 동화책 읽어주면서 동화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15. 따님과 함께 간 워터파크에서 내가 더 신나게 놀았지요. 감사합니다.

16. 아침에 어린이집 앞에서 따님 귀에 대고 "사랑해"라고 했을 때, 보여준 따님의 표정을 떠올릴 때마다 환해져요. 엄마 마음을 그렇게 받아줘서 고맙습니다.

17. 골목길까지 친구와 헤집고 다녔다는 얘길 듣고 기절한 정도로 놀랐는데, 아무 일 없이 무사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18. 친구와 까만 물감을 집안에 온통 범벅을 해놓고도 머리 감기는데 계속 나오는 물감에 이게 뭐냐고 잔소리를 해도 너무 해맑게 웃던 따님의 모습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는 걸 알았지요. 그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습니다.

19. 지인들과 여행 다닐 때 오빠들과 잘 어울려 놀고 잘 먹고 잘 자서 참 고마웠어요. 덕분에 엄마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어요.

20. 새로 이사 와서 들어간 유치원에 잘 적응 해주어 얼마나 안심 되고 고마웠는지 몰라요. 친구들, 선생님들과 참 잘 지내주어 고맙습니다.




스물 아홉 생일, 내 생에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엄마가 작은 노트에 빼곡히 적어 내려간 <나의 딸에게 전하는 100개의 감사>.

아직 살아갈 날이 많겠지만 그래도 내 평생 이 조그마난 공책을 이길 만한 선물은 또 없을 것만 같다.

힘이 들 때,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그냥 울고 싶을 때 앞으로도 종종 이 공책을 펼치게 될 예정이다.


엄마의 노트를 보면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들이 남겨져 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순간들이 엄마의 감사라는 것은 언제 떠올려도 뭉클한 사실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이렇게 사소한 순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감사로 남을 수 있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 부모가 되면 그런 엄마의 마음을 점차 이해하게 되리라.

부모로부터 나와 또 다른 누군가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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