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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나은 Aug 17. 2022

엽산만 먹으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스물아홉, 나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막상 '나만의 임신 준비'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호기로움에 비해 이제 고작 스물아홉인 나의 지식과 정보는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부모가 되려면 임신을 해야 하니 우선 남편과 산부인과에 가보자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결론이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 간 우리는 약 20만 원의 진료비와 함께 다음과 같은 허무한 처방을 받아왔다.


정말 임신 계획이 생기면 그때 다시 오세요.


아니, 방금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임신 계획이 생기면 다시 오라니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어차피 여자의 몸은 그때의 환경에 따라왔다 갔다 하니 1~2년 뒤의 계획이라면 지금 하는 검사와 노력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큰 질병은 없으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다가 정말로 긴급하게 아기가 가지고 싶어지면 다시 오라는 것이 처방이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병원 이어여서인지 남편은 할 수 있는 검사도 거의 없거니와 이 또한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순한 양처럼 어떤 제안이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던 우리에게 몇 백만 원짜리 검사를 권유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최선의 양심 진료를 해주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접수대의 간호사 선생님이 '지금 검사하는 건 돈을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내게 은밀한 귀띔까지 해주셨을 정도이니 정말 친절한 병원이다.  




'아 병원은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뒤로한 채 포털 창에 '임신 준비'를 검색했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100건 중 약 99건이 엽산(또는 엽산을 포함한 영양제)을 먹으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라 칭해지는 인터넷에서도 나는 결국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인생 일대사인 '임신'에 대한 정보가 온통 영양제뿐이라니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에 있어 임신은 고작 몇 알의 영양제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젖소가 아니라 인격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물러 설 수는 없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으니 '우선 서점을 가보자'라는 두 번째 결론에 다다랐다.  <엄마 되기 프로젝트>라는 허울 좋은 뼈대 위에 살을 붙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했던 것이다.


서점을 약 한 시간 가량 배회하고 나온 내 손에는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책에서 답을 찾아야겠다고 호기롭게 들어갔으나 정작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니 선뜻 자신이 생기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 조금은 있어 보이는 책을 고른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 책 속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 <최재천의 공부> 중에서


책 속에서 답을 찾는다는 것이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서 하는 독서'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10권의 책은 읽어야 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나의 독서량 현주소는 연간 약 2권으로 처참하기 그지없었기에 정말 큰마음을 먹고 일주일에 한 권씩 열 권의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10권의 독서는 <엄마 되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이 되었다.


스물아홉, 나의 야심 찬 <엄마 되기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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