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깨달은 행복한 가족의 비밀
우리 남편은 곰돌이 푸우를 닮았다. 공교롭게도 곰돌이 푸우는 나의 유아기 애착 인형이었다.
엄마가 제발 한 번만 빨자고 애원해도 내주지 않던 그 인형이 시간이 흘러 사람이 되어 내 옆에 앉아 있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 특별히 많이 동그란 배가 곰돌이 푸우와 똑 닮은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이다. 직장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을 법도 한데,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직장에서 별의 별일을 겪으면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야?"
문득 던진 질문에 동그란 배를 두들기며 내놓은 남편의 답은 이렇다.
"나는 직장 생활은 취미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가정생활과 진짜 취미 생활을 일처럼 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야."
"그래서 내 직업은 나은이 남편이야."
"가족과 한 편이 되어야 세상과 맞설 수 있어요."
이십 대 초반, 한 상담사 선생님이 내게 해주셨던 말이다.
(정확히는 가족과 한 편을 먹으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가족과 한 편이 되어있지 않았다. 쉽게 말해 나는 가족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가정의 단점을 찾아 부각하고 스스로에게 '가정으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충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랑과 관심, 애착의 욕구를 사회에서 찾았던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작은 관심만 보여주어도 내 마음을 홀랑 주어버리고 좋은 사람이라 칭하면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은 비난했다.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내심 죄책감을 느끼며 가족들도 나를 판단하고 비난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외부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내기 위해 겉으로는 밝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내 안은 온통 불안으로 가득 차있었던 시기였다.
가족과 한 편이었던 적이 없어서인지 처음에는 "가족과 한 편이 되어라"는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과 한 편이 된 지금, 나는 누구보다 위 명제에 격한 동의를 표한다. 솔직히 말해 지금 당장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소리쳐 알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와 환상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게 해 준다.
(타인에게 나를 끼워 맞추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을 필요가 없다.)
- 언제든지 마음껏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은 내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닌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다.)
-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나를 지키고 있는 한, 나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
내가 가족과 한 편이 되고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
나는 이 자유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