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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Jan 04. 2022

프러포즈의 추억

웃고 동시에 울기도 하는, 기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블로그에서 <6 , 오늘>이라며 알림을 보내왔다

2016 1 3일은 10 지기 친구이자,  남자 친구이자 현재의 남편인 케지가 프러포즈  날이었다.비공개로  글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 적어본다.

내가 만약 결혼한다면 결혼 형식, 예물  필요 없다고 오직 까르띠에 반지. 커플 반지는 좋은 걸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지는 나중에 며느리한테 물려줄 의향도 있다고 했다. 며느리가 원한다면 말이다. ​ 봐도 뻔하지만 그때 남자 친구(남편) 반지 가격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같다.

프러포즈는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도 했다. 남편은 제발  기회만큼은 자기에게 양보해 달라며 나를 말렸다. 시간이 지나고 결혼을  무렵이 되자 남편은 나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바람대로 까르띠에 반지를 선물했다. 나는 감동을 받아 펑펑 울었다. 프러포즈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알까?

정작 나를 울린  명품 반지가 아니었다. 당시 내가 감동받은 이유는 남편의 모습 때문이었다.

6 , 남편이 프러포즈했던 그날은 날씨가 추운 겨울이었다. 우린 밥을 먹고   청계천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하필 구두를 신고 있던 터라 발이 무척이나 시렸다. 남편은 나더러 신발을 바꿔 신자고 했다. 나는 재밌겠다며 흔쾌히 바꿔 신었다. 그리곤 남자가 여자 구두를 신고 절뚝거리는 보기만 해도 웃기는 모양새를 보며 즐거워하는 나에게 남편은 대뜸 말했다.

'우리 결혼하자'라고.

그리고   반지와 주섬주섬 두꺼운 패딩  선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주 어설프게. 삐그덕대는 여자 구두를 신고 말이다.

나는 그때의 남편의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와중에  발이 시릴까  절뚝거리면서도 프러포즈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너무 예쁘고 짠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입은 웃고 있으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는 참으로 기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정말 200% 남편다운 프러포즈였고 그날 프러포즈를 받고 나는 펑펑 울었다. 평생  순간을 잊지 못할  같다.


까르띠에 반지를 차고, 남편의 운동화를 신고, 눈물은 주르륵 흘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모습.


생각해보건대 그때 우리는  어렸다. 그때도 남편은 지금처럼 투잡, 쓰리잡에 하루하루 정신없이 일하는 청년이었고 나는 그런 남자 친구에게 하루에  번씩은 화내고 삐지는 사랑이 고픈 여자였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짧은 시간만에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우리의 환경도, 생각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달라진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최근에  기사를 보이며 까르띠에 반지 가격이 30% 이상 올랐다. 나보고 선경지명 있다며 칭찬을 쏟아부었다. 남편은 여전히 나와 개그코드가  맞는 나를 찐으로 웃게 만드는  영혼의 단짝이다. ​예나 지금이나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털의 소유자이다. 많은 장점 중에 하나를 꼽자면 말을  곱고 예쁘게 한다는 것이다.

6년이 지난 ,  자신에 대해  아쉬운 점은 예전 글을 보면 감정표현이  풍요롭고  소소했고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는 사랑스러운 글들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시니컬해지고 건조해졌다는 걸나의 ,  문체를 보며 느낀다. ​기사문을 작성하며 물든 일종의 직업병인건지..


앞으로 쓸데없고, 소소하게 행복해하고 작은 감사의 감정이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행복이 풍요로운  해를 보내자고 다짐해본다.

6 , 프러포즈 때와 같이 순간순간을 사랑하자고 말이다.



가난과 질병의 질곡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초월적인 행복을 꿈꾸지만 수입이 적당할 , 좋은 사람들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낼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 삶을 사랑하는  정도'이다.   정도만 이해하면 된다.


- <아주 보통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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