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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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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Jul 16. 2020

#그깟 개 뭐라고

유난을 떠는 걸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개에 대하여 극명히 다른 시각이 공존한다.

급격한 변화는 역동적일 수밖에 없고, 대부분 불편함을 야기한다.

한쪽의 입장이 득세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을 때 비로소 안정기에 들어간다.

 

미국의 역사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에 1인칭 시점에서 과거형으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250여 년 남짓한 미국의 짧은 역사를 통해 추정컨대, 이들의 초기 정착 시기와 현재의 모습에서 반려견에 대한 드라마틱한 차이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애완동물 (pet)에서 반려동물 (companion dog)로의 변화이다. 이마저도 한국에서는 학을 떼는 애완동물이란 용어가 여전히 큰 거부감 없이 사용된다. 


초창기 미국은 영국 및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의해 주요 기반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는 곧, 유럽 왕실과 귀족들에 의해 형성된 애완견 문화를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백 개에 해당하는 개의 다양한 품종들은 과거 3-400년 사이에 유럽에서 공격적인 품종개량을 통해 발생된 것이다. 애완견 문화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문화가 형성된 직후에 미국이란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들의 개에 대한 문화가 초기부터 철저히 애완동물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300년 이내의 역사를 뛰어넘는 역사를 포함해 현재 2020년에도 인간은 개를 "인류의 가장 오랜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개와 인간이 함께 한 역사는 미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반도의 역사가 5,000년이라고 우리가 동의한다면 홍익인간의 자손이 반 만년의 시간 동안 개와 함께 생활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정이 넘은 한밤 중.

서울 도심 한복판에 불을 밝히고 있는 대형 24시간 동물병원 입구를 보호자가 헐레벌떡 데리고 들어온다.


그녀의 품 안에는 힘없이 축 늘어진 생물체 하나가 안겨있다.

그것은 canis familiaris라는 학명을 가진 개라는 동물이지만, "그것"을 안고 있는 그녀에게는 가족 family이다. 아들, 딸, 동생 최소 그중에 하나.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는 수의사가 그 "아이"를 보호자의 품으로부터 건네받는다.

수억 원의 장비로 둘러싸인 진료실에 그 생물체를 놓고 재빨리 신체의 상태를 관찰한다. 호흡과 맥박, 심박수, 외상의 징후, 탈수의 증거 등. 수의사의 오감과 지식의 혼합물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선별한다.


동료 수의사와 테크니션을 소환한다. 기본적인 혈액 채취와 X-ray 검사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보호자는 대기실에 앉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어지러이 오간다. 바삐 움직이는 의료진과 달리 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녀의 심리 상태는 누구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카메라는 이들의 모습을 찬찬히 담아간다. 유명 방송인의 내레이션을 그 위에 덧입힌다. 잘 짜인 스토리가 영상과 함께 전달되면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는다.


의학 드라마가 주는 극적 요소는 수의학 드라마에서 재현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개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숨 쉬는 비인격체이지만,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은 거부된다. 철저히 서로의 영역을 구분 짓는다. 친구와 가족이라기보단 여전히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일 뿐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감동스토리와 유쾌한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음악이라는 공간에 "개"가 등장하면, 갑분싸 소수의 사람만이 공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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