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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07. 2023

유럽우체국3_모모와 노르웨이

제가 심심할 걱정은 안해주셔도 됩니다

죽음이 자연스러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던 북유럽 노르웨이.

푸른눈과 백금발의 사람들이 걸어다니던 도시 헬싱키.

색색의 건물들이 장난감 마을처럼 아름다웟던 스톡홀름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크고 웅장한 자연이 있겠지,라고만 여겼던 북유럽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풍경들과 깨달음을 주었다.

깨달음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짧은 말 한마디가 전부다.

와.

아무 감탄사 하나면 그 감동을 전하기엔 충분했다.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광고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맑고 푸른 하늘은 북유럽에서 굉장히 드문 날씨하고 했다. 대부분 흐리고 비가 간간히 오는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린 안개가 넓게 펼쳐진 고원을 아득히 아래에서부터 감싸 안고 있는 하늘이나, 이끼를 보듬는 부드럽고 차가운 바람이 느껴질 때면 맑고 청아한 노래를 부르는 요정이 맨발로 나타나 발길 닿는 대로 춤을 추듯 걷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돌맹이 하나도 자신의 자리에 앉은 듯 평안하고 편안했다.

끝없는 절벽을 따라 달리며 위에서 내려다본 작은 집들은 자연에 묻어가듯이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존재했다.

존재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위해 애쓰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렇게 존재하는 고요한 것들의 나라, 노르웨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수심의 바닷물들을 자신의 가슴으로 안고있는 피오르드.



초등학교 때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모모”라는 책이 있다.

회색양복과 회색모자를 쓰고 시가를 피우는 사내들은 모모를 찾아가 시간을 달라고 회유하며

예쁜 남녀인형과 그들에게 많은 수많은 인형옷,인형구두,인형가방들을 펼쳐놓으며 말한다.



 “이러면 심심할 시간이 없겠지?이 인형에게 맞는 수백벌의 옷과 구두와 가방이 있어. 그리고 이 인형의 친구들이 있고, 그들에게 맞는 수백벌을 소품들이 또 있지. 너는 절대 심심하지 않을거야!”


모모는 그전에도 심심하지 않았다.

길에서 주운 유리조각에서 나오는 무지개빛을 보며 상상을 하고

조약돌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미면서 놀면 되니까.

그런데 회색신사들은 계속 모모에게 ‘소비적인 놀이’를 강요했다.

나는 그런 ‘소비적인 놀이’와 ‘소비적인 삶’에 익숙해져있었다.

돈이 많으면 한 없이 재밌고 신나는 놀이

하지만 돈이 없으면, 돈이 떨어지면 할 일이 없고 가볍기 짝이 없게 끝나버리는 놀이

북유럽에 갔을 때, 나는 모모가 가지고 놀던 조약돌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드넓은 고원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바위 위에 누워있을 수 있겠다

이끼를 가까이서 들어다보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수십개의 푸른빛을 발견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너무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자연이라지만 나는 수많은 빛과 감각들이 지천에서 채이는 그곳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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