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Feb 27. 2023

유럽우체국2_이탈리아

미친듯이 살지 않아도 괜찮아

말로만 듣던, 영화에서만 보던

맛있는 요리가 가득하고 사랑이 떠다니는 나라, 이탈리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나는 이곳에 왜 온것일까.

너는 무엇을 원하나. 나는 무엇을 원할까.

자유를 찾아 왔을까?

너무나 기본적인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왔을까?

꿈에 그리던 해외에서 일하는 미래의 나를 찾으러?

쉬러왔을까?

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머리와 나르게 내 마음과 몸이 지쳐 제발 쉬라고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어서?

그것도 아니면 대체, 난 어쩌다 왜 이곳에 온것일까.


이곳에선 모든 것이 급하지 않다.

사람들도 급하지 않고, 내 일정도 급하지 않고, 밥도 급하게 먹을 필요가 없다.

오늘 나의 일정은 오전에 학교를 가 잠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식료품점에 들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씨없는 청포도를 사서 집으로 와 글을 쓰는 것이다.

저녁에 뮌헨에서 넘어오는 남자친구를 데리러 가는 것 외에는 

현재 시간 오후 3시 50분,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


한국에서는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분명 할 일이 있는데 떠올리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라고

느껴졌었다.

이탈리아 나의 방 창문 옆 책상에 앉아있는 지금, 의자에 앉아 바람을 쐬고 햇빛을 쬐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가을이 다가왔음에도 따가운 햇살과 이에 반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이것이야 말로 휴식인걸까.

어쩌면 휴가 때, 방학 때 몇일 가능하다고 여겼던 하루가

이곳의 사람들과 문화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느낀 후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인가?

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나에게 던지고 있다.

미친듯이 살지 않아도 틀리지 않은 삶이라면, 나는 이쪽 삶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다이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