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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23. 2023

다이빙

뛰어든다는 행위에 대하여

누가 캐나다는 여름에도 시원하다고 했는가.


내가 있는 캐나다 서부 밴쿠버는 여름에 한국 못지않게 꽤 기온이 높이 올라간다. 

특히 태양이 정말 살을 태울듯이 내려쬐는데 그 직사광선을 맞아보지 않으면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없다.


아무튼 그렇게 건조하게 쨍쨍 더운날, 집 근처 센트럴 파크 야외 수영장으로 피신을 갔다.

숲속 키큰 나무들 사이에 찰랑이는 아쿠아마린색의 작고 깔끔한 야외 수영장, 그곳은 천국이었다.

작은 수영장이었지만 작은 다이빙대와 3미터의 다이빙 풀까지 있는 꽤 그럴듯한 수영장.


나는 둥둥 떠다니며 가라앉고 떠오르고를 반복하다가 다이빙 풀에서 점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첫 타자는 8살쯤 되어보이는 갈색머리의 귀여운 아이. 

형광초록색의 수영복 바지를 입고 와다다다 뛰어서 점프! 첨벙! 푸하!


저 어린아이가, 키가 140도 안되어보이는 아이가 3미터가 넘는 풀에 뛰어들다니.

발도 닿지 않고 까마득할 저 깊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수면 위로 다시 헤엄쳐 올라가 다시, 또다시 뛰어들다니.

나는 그날 다이빙풀에 뛰어드는 아이들을 300번 정도 지켜보며 "뛰어든다"는 동사에 대해 생각했다.

다이빙대에서 발을 떼고 점프하는 그 순간의 용기와 중력에 끌려 밑으로 떨어지는 낙하의 무게, 물과 일어나는 마찰의 충격과 공기에서 물로 순식간에 바뀐 물질의 속성까지.


그래, 이유를 대자면 아주 많겠지. 내가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 


이렇게까지 생각이 들자, 더 망설이는 내가 우스워 뚜벅뚜벅 걸어가 아이들이 서있는 줄 끝에서 순서를 기다려 결국 나도 뛰었다! 아니,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아팠다........뭐야 쟤네는 왜 아무렇지 않게 막 뛰어드는 거야.....아프지도 않나....


부드러워 보이는 물의 환상은, 사십키로가 넘는 몸이 부딪히더라도 포근히 감싸줄것이라는 착각을 낳고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은 그 착각의 질감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번, 두번 뛰어들 때마다 그 질감을 무뎌질 것이며 착각은 현실로 서서히 스며들겠지.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 하면, 현실을 마주할 기회조차 없어질 거야.

우리 모두는 자의든, 타의든 물에 내던져지게 되어 있다. 

어차피 마주할 순간이라면 순간 허공에 몸이 뜨고, 떨어지고, 물을 마주하는 순간을 즐기는 아이의 태도를 배우자. 


즐기는 것과, 당하는 것은 차이가 아주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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