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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02. 2023

아프다

돌덩이에 묶인 무게로, 아래로 아래로

아프다.


요근래 몸이 아팠다. 아마 저번주 내내 학교 외에 파트타임으로 하는 일들이 무리하게 스케줄되어서 그런것일 이유가 제일 크다.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벤쿠버 날씨.

하루는 해가 쨍쨍해서 반팔 반바지로도 더울 정도였다가, 하루는 패딩을 입어도 으스스할 정도로 서늘한 날씨가 반복되고 땀 흘리며 일을 하다보니 하루에도 여러번 몸의 온도가 요동치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일지도.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입이 닫힌다.

평소에는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다 먹고싶던 식성이 뚝 끊기고

안먹으면 죽겠다 싶을 때가 되어서야 약을 먹기 위해 토할 위험이 없는 핫초코를 뜨겁게 해서 마시는 정도.

침대와 한몸이 된 주말 내내 어둡고 무거운 수면 아래에 돌덩이가 내 발에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햇볕이 보이긴 하지만 한참 수면 아래에 돌덩이마저 묶여있는 나는 서서히 내려앉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힘없고 맥없는 느낌.


그렇게 열시간 넘게 자다 일어나 새벽에 땀으로 젖어 깨어나니 옆에는 나에게 배게마저 빼앗겨 이불에 참들어있는 불쌍한 내 남자친구가 보였다. 물수건을 몇번이나 갈아줬는지 내 이마에 있는 수건만큼이나 손이 차가웠다.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에 뺨과 수염을 슬슬 쓸었더니 잠결에도 손등에 입맞춰 주는 스윗보이.

그렇게 또 까무룩 잠이 들었고 다시 일어난 몇시간 뒤에는 돌덩이가 사라졌다.

수면으로, 햇볕으로 올라올 기운이 생긴, 아 지금 많이 나아졌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그 느낌.


영양제를 매일 챙겨먹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밥 잘 먹고,

무리해서 일 하지 않고!


분명 마음과 몸의 여유를 찾아서 온 캐나다였는데,

나의 리듬은 아직 한국에 너무 익숙해져있는 것일까.


돌덩이에서 탈출하는 법을 배우기보단,

자유롭게 유영하는 법을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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