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21. 2023

내가 주얼리를 포기한 이유

빛나는 허무함에 대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름다움

닦을수록 만지고 싶은 매혹적인 색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귀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느낌을 주는, 주얼리.


중학교 때부터 스와로브스키의 빛나는 크리스탈을 보며 늘 생각했었다.

저렇게 빛나고 반짝반짝 아름다운 것을 만지며 살겠다고.

내가 세상에서 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영롱한 저 빛을 곁에 두겠다고 다짐했었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서, 이 아름다움을 모를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내가 놀랐던 것처럼

찬란한 눈부신 이 빛을 보여주며 꿈을 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삶이 힘들지라도 이 투명하고 빛나는 돌이 주는 행복과 황홀함을 보며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해주겠다는  철없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자,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 빛을, 아이들이 볼 수 있을까?"


시력이 안좋은 것도 아닌데, 왜 못보냐고 툴툴대던 나의 어린시절의 철없음은 잊혀졌지만

잊혀진 기억을 위로 시간이 지나

스무살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할때 다시 떠올린 이 추억에서

나는 내가 좋게 말하면 순수한, 다르게 말하면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아이들의 눈의 시력을 말한게 아니라, 그 빛을 볼 여유와 이유가 없는 아이들의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을 들이밀어봐야 그들은 그저 식량과 바꿀수있는 돌로만 볼것이었다.


금속공예와 주얼리디자인을 대학에서 전공하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교환학생까지 다녀오며 주얼리와 관련된 많은 귀중한 경험과 디자인을 쌓았지만 그럴수록 느껴지는 건 이유없는 공허함이었다.

나는 대체 누구를 위해 이 빛나는 돌을 디자인하는 걸까.

이미 삶의 여유가 넘쳐서 있으나 마나 한 돌을 윤을 내 사치재로서 소비하는 높은 의자에 앉은 그들을 위해 아름답게 만들어 값비싸게 파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허상을 열심히 갈고 닦아 판매하는 상품의 디자이너일 뿐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토록 좋아하던 주얼리 리서치와 디자인이 의미없는 인형놀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주얼리를 포기했다. 


아직도 종종 질문을 받는다.

한때 별명이 주얼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입에 주얼리디자이너를 달고 살았던 애가 갑자기 포기하고

진로를 바꾼이유가 무었이냐고.

나는 생각보다 내가 '의미'에 무게를 많이 두는 사람이란 걸 알게되어서라고 대답한다. 

내가 하는 일이 지구와 세상을 구하거나 돕지는 못할지라도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하는 다짐이 반짝이는 돌보다 더 단단해서라고.

작가의 이전글 유럽우체국5_그녀의 부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