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결핍에서 오는 것 같다

역설적인 행복의 경로

by 인과연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결핍이 생기니 행복을 좀 더 쉽게 느끼는 것 같아서 적어본 말.


대학을 다닐 때든 졸업을 한 이후든, 친구들을 자주 만날 때(주 6-7일 모임)는 그게 그렇게 즐거운 일인 줄 몰랐다.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불필요한 사건이 생기기도 하는 게 인간관계니까 너무 어렵기만 했다.


그래서 결혼하고 경기도로 이사 가서 완전 고립?이라면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꽤 좋다고 느꼈다. 그런데 친한 친구들이 가끔씩 보고 싶어 질 때면 마음을 크게 먹고 서울로 향해야 하기에 점점 귀찮아서든 남편케어로 바빠서든 안 가게 됐다.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는(전화하면 1시간 뒤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 서울은 교통이 잘되어있으니.) 그 내게 일상과도 같았던 모습이 사라지니 그것에 대한 결핍이 생긴 것. 난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꼭두새벽부터 서울을 가서 돌아다니다가 점심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느꼈다. 그냥 이런 상황이 너무 행복한 것. 오랫동안 알던 대학친구와 오랜만에 밥을 먹으면서 근황을 얘기하는, 너무 그 흔한 에피소드가 내겐 흔하지 않은 에피소드가 되어버려서 역설적으로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더 컸다. 그전에 친구랑 만나서 놀 때와는 다른 충만감이랄까.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멀리 사는 거라 굳이 저렇게 행복을 느끼기 위해 결핍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겠지만(가능하다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일단 그 시간을 단비처럼 만끽할 수 있었다. 원래 나 지금 행복해! 이런 감정표현을 안 하는 사람인데, 나도 모르게 계속 친구한테, 나 지금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말을 했다.



그뿐 아니라, 자연경관 속에서 사는 요즘엔 서울의 건물들이 반가웠다. 매연조차 반가웠다. 복잡하고 빽빽한 건물이 나는 좋았던 사람이라(특이취향인가) 그럴지도. 강남에서 1년 반 정도 거주하다가 갑자기 자연 속으로 던져진 삶의 형태는 극과 극을 오가는 느낌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사는 곳은 공기도 그렇고 녹지도 그렇고 서울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다. 주변을 둘러보면 푸른 나무뿐이고 물이 졸졸 흐른다. 모든 자연이 정말 깨끗하고 맑고 투명한 느낌. 매일 엠티 가는 느낌이랄까.



언젠가 이 도시를 떠난다면 여기도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여기보다 번화한 도시를 가면 또 여기에 대한 결핍이 생겨서 이곳을 잠깐 들르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을 느낄지도.


무료했기에 자극을 찾아서 생산적인 걸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것과 감정의 영역은 또 다른 것이라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이번에 느끼고 신기해서 적어보는 글. 별 것 아니지만, 내겐 결핍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그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결핍도 사실 굉장히 가벼운 레벨에 속하는 거니. 그래서 직장인들이 주말이 행복하고 꿀 같다고 하는 듯하다. 나는 요즘 직장인처럼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주 2일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월-금이 끝나면 오는 주말이 특별하고 그렇진 않다.


나의 삶도 그렇지만 하루의 타임테이블도 일반적인 직장인 삶과 다르니, 남과 같이 공감하기도 어렵고 그랬어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게 중요했는데, 이번에 찾은 듯해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남편과만 지내는 삶도 좋고 행복하지만(남편이 집돌이다 보니 가능한 걸 수도), 가끔씩 바람 쐬러 나가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별 얘기 안 해도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친구들이 존재하는 것도 좋고 소소한 행복을 느껴가는 중이다. 그만큼 상처를 주고받고 멀어진 친구도 있고 어려운 게 인간관계지만 또 그만큼 마음 맞는 친구를 찾기도 한 거니.


나중에 아이를 낳고 나면 또 한 번 각자의 삶이 달라져서 친구랑 멀어지고 사는 곳에 따라 멀어질 수 있지만, 아직까진 저 형태가 내게 행복을 주는 방법인 듯하다.



어떤 일이나 상황이 더 이상 내게 자극을 주지 않고 재미가 없다면, 무료하다면 변주를 줘 보는 건 어떨까? 그것 없이 살아보는 거다.


몇 달을 그러다가 한 번쯤 그 일이나 상황이 되면 그땐 그게 행복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원래 가진 것에 감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보통 사람은 익숙함이 소중한 줄을 모르니.


그리고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인생이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소중히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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