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요가를 하러 인도에 왔지만 워크샵이나 리트릿처럼 하루종일 요가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매일 두 시간의 수련 + 앞뒤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도 하루에 남는 시간이 많다.
작년에는 나름대로 확실한 미션이 있었다. 한창 책 원고를 쌓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원고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때도 일을 하긴 했지만 지금보다 바쁘지도 않았고, 중간에 정리해고로 팀이 갑자기 해체되어 할 일이 없는 날도 솔직히 많았다. 그래서 원고를 쓰려고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짊어지고 조용한 스타벅스에 자주 가곤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수련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주문한 밥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 두 달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도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왔으나 한 달의 절반이 지난 지금 실천이 잘 안 되고 있다. 쓸 원고는 없어도 이직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조금씩 보던 두꺼운 알고리즘 책도 일부러 가져왔는데. 속도가 생각만큼 안 난다.
어제 또한 그런 실망스러운 일요일이었다. 밀린 잠을 자고 일어나서 무언갈 먹고, 잠깐 걷고, 억지로 공부를 조금 하다가 포기했다. 집이었다면 이런 날에는 보통 몇 시간이고 앉아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뜨개질을 했을텐데 그것도 몇 줄을 뜨다 말았다.
조금 지쳐있는 상태로 왔나.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코코넛나무를 스치는 바람이 들어오는 침대맡에 가만히 앉아있고 싶은지도! 그러다가 잠에 들고 새벽에는 일어나 요가를 하고...
연말이 바로 코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