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준비운동 후에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본론이라 하자면, 레인을 왕복하는 거다. 폼이 얼마나 이상하든 말든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끝에 도착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것 자체에 나는 상당히 자부심을 느낀다. (옆 레인 상급반 분들이 보면 진짜 하찮을 일이다... )
판을 잡고 발차기하며 3바퀴 돌고 + 호흡 연습 (벽 잡고 음파)를 한참 + 발을 땅에 닿지 않게 음파만 하면서 레인 끝까지 왕복 3바퀴. 비록 키판을 잡고 가는 거지만 물에 뜬 상태로 레인 끝까지 가다니....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나는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발차기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이렇게 열심히 느릴 수가 있는가 놀란다. 분명히 발차기를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별로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가 않다. 레인은 약 25m인데 그동안 고개를 얼마나 들었던 건지.... 세보진 않았지만 세었다면 또 놀랐을 것 같다. 나는 시속 몇 미터일까.... 의문을 삼키며 그래도 오늘만큼의 연습량을 다 채웠다. 뿌듯하다.
평소의 나쁜 자세는 물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오늘은 선생님이 나에게 배를 앞으로 좀 내밀라고 했다. 지금 엉덩이가 위로 들려있다고. 물에 뜬 상태에서도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깨도 자세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선생님이 무릎을 직각으로 세워서 배를 받쳐 주셨는데 와 너무 안정적이고 편안해서 계속 그 다리를 붙잡고 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참고로 선생님은 여자분이다.
수영을 시작할 때 근육질의 너무 멋진 남자 선생님이 있으면 좀 쑥스러울 것 같은데 어쩌지? 좋아생각했는데, 내가 다니는 수영장 선생님들은 모두 여자다. 사람 몸을 보고 반하고 그러는 건 음 아무래도 좀 대놓고 말하기 그렇고 그런 것 같지만(?)선생님의 몸은..... 진짜 멋지다. 팔 어깨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의 아우라......? 수영장에 들어오자마자는 좀 추운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몸에 물을 뿌리고 있자면 어느새 선생님이 스르르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나는 입을 헤벌리고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한다. 어딘가 전문가용 느낌이 물씬 나는(?) 수영복 위로 다소 해녀복 같은 스윔슈트를 슥 입고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슈우욱 들어가는 모습이란.... 하 멋있다. 선생님은 설명하느라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도 절대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지 않는다.(정신없이 문지르는 사람 = 나) 그냥 눈을 질끈 한번 감아서 물을 털어내는 그 모습이 오오.... 프로페셔널...? 수영도 배우지만 나는 저 멋짐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선생님이 나를 보고 '근데 지금 왜 힘든 거예요??'라고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을 때마다 자꾸 까르르 웃게 된다. 수영장에 오면 마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수정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감이 온다.
1. 고개를 물속에 깊이 묻는다. 턱을 당긴다.
2. 배를 앞으로 내민다.
3. 발차기를 크게 한다.
자세를 꼿꼿하게 유지해야 물에 뜰 수 있다. 몸은 신기하게 다 연결이 되어있고,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나온다. 몸을 위로 띄우고 싶다면 고개도 배도 아래로 과감히 내려야 한다. 그래야 다리가 뜬다. 다리가 제 높이에서 제 역할을 해야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움직이는 양이 늘어나서 너무 숨이 차고 힘들어서 수업하면서 시계를 10번은 더 봤지만, 그래도 확실히 재미가 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건 오늘, 끝나고 나오면서 들은 말 덕분이기도 하다. 한 회원분이 나에게 지나가는 말로 "수영 좀 하셨어요? 너무 잘하시네요"라고 말했다. 아마도그분은 천사인 것 같다. 쪼랩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잘 배우라고 새벽의 천사가 잠깐 왔다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