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실 Jul 29. 2023

여행, 그다음

엘에이살이 45일을 마치고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틀 동안 두 번 동산에 올랐고, 짐을 반쯤 정리했고, 일터로 출근을 했습니다. 가능한 제 때 잠을 이루기 위해 핸드폰, 영화, 글 등 감정을 휘젓는 것들을 멀리 했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지난 여행동안 몸에 느꼈던 강렬한 태양에너지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새소리와 나무 내음에 집에 온 것을 실감하며 슬리퍼 신고 아무 곳이나 걸어 나갈 수 있는 안전함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읽는 것 보는 것을 조금 멀리하고, 내 안에 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꺼내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눈과 귀만 높아져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소소한 내 것에 실망만 할 일 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기엔 삶이 너무 짧다는 생각입니다.


늘 열정 넘친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은 날 때부터 비위도 약하고 에너지도 부족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방전되기 일쑤였습니다. 이제, 해야 하는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에 더욱 초점을 맞추니 충만하지만 맘껏 지를 수 없어 아쉬운 마음도 큽니다. 마음만큼 주변을 두루 살피지 못하는 것도 더더 반토막이 되어버린 에너지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득, 그대들이 생각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언어로 기도 하곤 합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가 다시 일어나곤 했던 삶이 이제는 너무나 대견합니다. 서울보다 더 광활한 사막에서 우리 둘만, 둘이서 춤을 추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어떤 영광이 이보다 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용기라는 것이 이런 마음이라면 저는 용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불쑥 잔인합니다. 슬프다고 말하기엔 또, 꽤나 재미있습니다.


지금 어디쯤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애프터썬>을 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