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 아름다운 흔적.
이혼한 아빠와 엄마와 살던 11세 딸이 튀르키예 여행을 떠난다. 아빠는 소녀와 남매지간으로 보일만큼 젊다. 서른 초반의 나이로 보인다. 그다지 여유는 없어 보이지만 딸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이 영화를 아무런 정보 없이 ‘좋다’하는 입소문만 듣고 보았다. 하마터면 누군가와 함께 볼 뻔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혼자 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된 딸의 캠코더에 담겨 있던 두 사람의 기억에 동행했다. 그녀의 침대 아래는 그 여름, 젊은 아빠가 며칠을 고민해서 구입했던 아름다운 카펫이 깔려있다.
튀르키예의 어수선한 호텔이 휴가 장소이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딸, 소피는 친구도 잘 사귀고,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가라오케 반주에 맞춰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부른다. 그에 반해 아빠는 그저 빙글빙글 사람들 사이를 겉돈다. 그는 세상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11살은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는 환상이 깨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피는 완벽하지 않지만 자신을 아끼는 아빠를 이해한다.
두 사람만 있던 바다 위에서 아빠는 말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약을 하거나, 아빠는 다 해 봤으니까 아빠에게 얘기해 줘. 무슨 일이든 말해줘.
나도 이런 말을 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니까.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테니까 꼭 말해줘.라고 했었다.
어느 날 밤. 아빠는 침대에 걸터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서른 초반의 인생의 불안감과 이미 실패했다는 열패감, 그리고 사랑하지만 책임지지 못하는 딸에 대한 미안함이 한밤중에 그를 깨어 울게 했을 것이다.
어린 아빠와 딸의 짧은 여름 여행은 아마도 소피에겐 평생 ‘아빠’의 이미지로 남았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 우리의 서른 초반에, 우리는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였던가. 참으로 보잘것없던 우리들에게 부모라고 무한의 신뢰를 보내줬던 아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마치 망망대해에 쪽배를 타고 지나온 듯한 시간. 이제야 참으로 대책 없고 흔들리던 부모였음을 고백하게 한 영화.
애프터썬.
오랫동안 등이 떨리게 울고 싶어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