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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Mar 27. 2023

혼자서도 축제

절망이 졸!망!하게


가능한 엄마에게는 친절하려고 한다. 평생 그랬던 것 같다. 나이 서른에 혼자 되어 어린 자식 둘 키우느라 고생고생한 사람에게 그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은 냉정하다.


엄마는 돈을 잘 벌었다. 그러나 사주팔자에 ‘화’가 없어서 그랬는지 돈이 술술 빠져 나갔다. 외할아버지, 엄마의 동생들, 그리고 엄마의 아들때문이었다. 동생들 대학 보내고 할아버지 건사하느라 꽤 큰 돈을 썼었다. 어린 나는 “한 사람만 망하면 도와주면 되지만 엄마까지 망하면 콩가루 된다“며 당차게 대들었었다.


그 많던 돈은 어디로 가고, 엄마는 이제 엄마집도 아들에게 내주었다. 그럼에도 주는 마음은 여전하셔서, 너네한테 해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 너네는 ‘나’에게 하는 말씀이다.


나는 오랫만에 뾰족해졌다.

엄마는 그런 말이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이래 살만한데 뭘 자꾸 해준다는 거예요. 해주고 싶으면 손 많이 가는 아씨 정구지나 잔잔한 파같은 거 다듬어서 맛있는 거 해주세요. 해버렸다. 그랬더니 이미 다 해놓으셨단다.  


내가 원망스러운 부분은 저렇게 심약해지셔서 내가 가장 마음적으로 의지하고 싶을때조차 엄마를 위로하느라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번에 집에 갔을때 지나가듯 말했다. 엄마. 세상에 무슨 일이 있을 지 몰라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으면 다 지나가요. 겁먹지 말고 사세요.


딸에게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은 나의 유일하고 강력한 소망이다. 높은 사람에게 줄을 대려고 애쓰거나 정치하는 것은 절대로 할 수가 없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는 절망하지 않는다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그 소망은 어찌나 강력한지 산도 움직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서운한 감정을 경험하지 않으려한다. 내 인생 전체 시간 중에서 반 이상이 타인을 돌보거나 배려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나머진 돈 버느라 시간을 흘렸다. 눈치보느라 내 것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경험했던 홀대를 타인이 느끼는게 싫어서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는게 습이 되어버렸다. 이 껍데기 벗어버릴테다.


이제 그럴 시간이 없다. 혼자도 충분히 바쁘고 화려하다.


죽은 줄 알았던 꽃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맨발로 산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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