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생각해보면 나도 아주 어릴때부터 아트를 하고 싶었다. 학년 초에 동아리 부서를 정할때 언제나 미술반을 들어갔다. 오늘에서야 기억이 났다. 4학년이 되고 뭔가 어른대접을 받는 것처럼 취미활동 부서를 정하고 배우는 것이 너무 좋었다. 그때마다 나는 미술반에 들었는데 선생님들이 항상 잘 그린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술이나 음악같은 재능들은 싹을 밟아버려야 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버렸고 한 번도 미술을 하고 싶다고 입 밖으로 말 하지 않았었다. 대신 엄마가 사준 싸구려 플라스틱 튜브에 든 물감은 절대로 쓰지않고 어쨌든 돈을 모아 신한 물감을 사서 그렸던 기억이 난다. 플라스틱 튜브 물감의 촌스러운 초록색이 지금도 끔찍할 정도이다. 물감은 어찌 준비했지만 미술을 전문으로 하던 친구들이 겹겹이 가지고 다니던 붓과 화구통은 항상 부러웠다.
나는 내가 어릴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기억을 깨운 것은 오늘 퇴근하며 들었던 왈츠곡이었다. 왜 이렇게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원래 이런 거, 아름다운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4학년 첫 동아리 교실의 장면이 떠올랐다.
오늘 퇴근하면서 4학년의 구경희와 만났다.
그때 하고 싶은거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진은 카라 워커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