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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May 03. 2022

[한줄책방] 쓸데없는 공부의 즐거움

심혜경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1. 인생은 내가 선택한 총합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도 일부 포함되어있다. 당시에는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선택된 것들이다. 남이 선택해준 것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하나의 선택에 내가 단단히 서있을 때 오롯하게 영글 차게 남아있게 된다.           



카페, 공부, 할머니의 멋진 조합      


2.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니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이 책은 도서관 사서로, 번역가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향한 열정을 펼쳐나간 이야기다. 외국어, 영화, 뜨개질, 옷 만들기 등등...  일단 흥미가 생기면 망설임없이 시작하되 의무로 하는 것은 아니니, 하다가 싫증 나거나 어려우면 도중에 과감하게 접는다. 이것이 심혜경 작가가 꾸준히 공부를 해왔고, 지금도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재미있어야 하고, 느슨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데 어떤 강박관념이나 목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나'를 배워가는 것이 인생공부다.


즐겁게 오래 느슨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느슨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것, 공부에 지나친 강박증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꼭 뭔가를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쓰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려 하지 않아도 배움 그 자체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고 멋진 일이니까. 공부의 쓸모없음을 즐기고 누려야 할 때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했다는 말이 내 마음에 쏙 든다.      

“하루하루는 성실히 살고 인생은 되는대로 산다” 


후드티에 짧은 생머리, 안경을 쓰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니... 내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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