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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24. 2019

저는 당신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찾는다 평화 마음의

스마트폰 어플로 내가 가야 할 곳의 위치를 찾았다. 폭염 속에서 도보로 15분이나 이동해야 하는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가야 하는 길과 같은 방향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방향을 모르고 타면 ‘건너편에서 탔어야지!’라는 짜증을 자주 들었기에 택시를 타기 전엔 꼭 확인 한다-지도 어플의 내비게이션을 실행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택시가 잡혔다. 택시에 앉아 목적지를 말하는데 내비게이션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게 아닌가. 나는 서둘러 어플을 껐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바가지 씌울까 봐 튼 거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시면 어떡하지.’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택시 기사는 크게 혀를 찼다. “쯧.”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아저씨 그게 아니라요. 의심이 돼서 내비게이션을 켠 게 아니고, 제가 타기 전에 위치를 확인하느라~”라고 속으로만 말하며 숨죽이고 벨트를 맸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택시 뒷좌석이 많이 흔들려서 나는 손잡이를 꼭 잡았다. 멀미가 날 것 같다. 그저 길이 험준해서 흔들리겠거니 생각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 직업이 뭔가? 서비스업 아닌가. 배식시간의 나를 생각하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알지, 알아. 기분이 안 좋을 거야 난 당신의 고객이니까'.


 나 또한 고객이 생각 없이 한 이야기에 그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오해하고 미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고객이 "아 또 생선이야?"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는 어제 집에서 먹을 만한 반찬이 생선밖에 없어서 그걸 억지로 먹었는데 오늘 회사에서도 생선을 먹게 됐다. 그래서 혼잣말을 크게 했을 뿐인데 마침 그 말이 영양사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영양사는 생각한다. '생선은 지난주 화요일 저녁에 나왔다. 그러니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나 지나서 나왔는데 왜 저 사람은 엄청 자주 나온 것처럼 얘기하는 거야?' 그 직원이 아차 싶은 생각에 영양사 눈치를 보지만 이미 늦었다. 영양사는 일을 시작한 이래로 비슷한 이야기를 백만 스물세 번째로 듣기 때문. 오해가 아닌 경우가 잦다.


그러므로 택시 아저씨, 저는 당신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비록 멀미는 났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당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쪼록  고객으로부터 멘탈을 잘 지켜나가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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