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스더씨가 만든 노래, 열한 번째
네 얘기 들었어 네 소식 들었어
어디선가 어떻게든 그저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어
우리에겐 기회 없네 눈 마주할 기회가 없어
어디선가 어떻게든 그저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서 네가
남기고 간 것 같은 말들이 들려
들려 들려
사랑해주길 안아주기를
사랑해주길 꼭 한 번만 꼭 한 번만
우리에겐 기회 없네 네 손 잡을 기회가 없어
어디선가 어떻게든 그저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어
사랑해주길 안아주기를
사랑해주길 꼭 한 번만 꼭 한 번만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너를
기억할게 세상에 응답할게
널 기억할게 세상에 응답할게
응, 응, 응
응, 응, 응
"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주 무거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릴 때 한 동네에 살았다. 부모님들 간 교류가 있었기에 서로의 집도 자주 왕래했다. 그리하여 쉽게 알 수 있던 건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빼빼 마른 몸으로, 한 끼에 서너 그릇도 거뜬히 먹는 대식가였다는 사실이다. 남매가 보여준 식성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지금이라면 먹방 유투버로 이름을 충분히 날렸을 것이다. 그녀의 오빠는 나보다 두 살 아래였고 세상 심하게 밝은 사고뭉치였다. 동네이며 학교에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큰 목소리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고 학교에서 복도를 지나가다 벌을 받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그가 없던 적이 거의 없다. 심하게 장난치다 나한테 등짝을 여러 차례 맞기도 했다. 우리의 유년 시절은 그랬다.
아픈 소식을 듣고서 떠오르는 모습이 오로지 유년시절뿐이었다.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잊혀 갔다. 성인이 된 후, 가끔 교회에 찾아오는 그와 인사를 나누기는 하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저 틀에 박힌 안부를 묻고 마치 각본이 짜인 듯 잘 지낸다고 답을 하는 사이일 뿐이었다. 힘들게 지낸다더라,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더라...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에도 나는 큰 무게를 느끼지 못했다. 그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일은 내 몫이 아니라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무거운 이야기의 끝에서 알게 된 깨달음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와 악수할 수 있는 기회, 그와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마음 한 조각 내어주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수가 없다. 따뜻한 차 한 잔 사주지 못하여 미안하다 말할 수 없다. 그 소식이 내게 당도하고서부터는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며칠간 그렇게 지냈다. 어느 날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느끼는 순간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았다.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듯했다. 그리하여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주라고, 손을 내밀어 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열한 번째 노래, '기억할게'는 그와 우리의 이야기다. 너와의 기회가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를 기억하는 일이겠지. 그리고 아직 기회가 남아있는 누군가의 눈을 마주하는 일이겠지, 싶다.